비욘드포스트

2024.05.13(월)

美 업체, 4층 건물 규모 바이오리액터 조성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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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식량부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대체육에 대한 시장 관심이 뜨겁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애그플레이션 탓에 육류 가격이 오르자 대체육에 대한 관심은 일반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각종 규제에 대중의 거부감까지 더해지며 상용화가 요원해 보였던 대체육. 미국의 육가공 스타트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배양육 공장을 미국에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체육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육류 스타트업 굿미트(Good Meat)는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세포를 배양한 대체육 생산시설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총 25만ℓ에 달하는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10기를 미국 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건물로 따지면 4층 높이로, 배양육 생산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바이오리액터란 생물의 생리현상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다. 배양육의 경우 대부분 세포배양기를 의미한다.

회사에 따르면 25만ℓ 정도의 바이오리액터는 연간 약 1만3000t의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이 대략 27㎏이었으니, 약 50만 명분의 돼지고기를 감당할 수 있다.

그간 제기돼온 배양육의 단점과 관련, 굿미트는 일단 맛과 식감에 의심을 품지 말라고 자신했다. 배양육은 엄연히 동물 세포를 활용하기에 콩에서 유래하는 베지미트 등 다른 인공육보다 식감이나 맛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고기 질감과 맛을 구현하면서 가축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 배양육은 ‘죽이지 않는 고기’로 불린다. 여기에 다른 장점도 있지만 아직 규제가 심한 편이다. 배양육 업체들은 이 부분을 아쉬워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에 약 170개의 배양육 업체가 존재하지만 판매 허가를 얻은 곳은 굿미트가 유일하다.

배양육 업체 입장에서 규제 말고도 해결할 점은 더 있다. 소비자 거부감이 여전한 고민이다. 어쨌든 ‘가짜 고기’, 즉 인공육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기에 진짜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향후 연구개발이 더 필요하다.

2020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굿미트의 배양육. 싱가포르는 특유의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했다. [굿미트 인스타그램〉
2020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굿미트의 배양육. 싱가포르는 특유의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했다. [굿미트 인스타그램〉
배양육이 지속가능한 식량이라는 인식이 과거보다 확산된 점은 업계 입장에서 고무적이다.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는 적잖은 부하가 걸린다. 가축의 배설물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메탄가스는 대기를 파괴한다. 가축 사료를 만들기 위한 대규모 곡물 경작은 토양 황폐화를 가속한다. 수자원 고갈도 심각한 지경이다.

콩이나 해조류 유래의 식물 고기나 균류를 배양한 대체육과 비교해 배양육은 투자 대비 생산이 쉽다. 일단 바이오리액터가 완성하면 세포 배양을 통해 안정적으로 고기를 뽑아낼 수 있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선진국들은 현재와 같은 식육 생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에 향후 대체육 관련 규제를 풀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 굿미트의 행보는 대체육에 대한 규제 당국의 대응 변화를 감지할 좋은 지표다. 굿미트는 8월 이전까지 바이오리액터 건설 부지를 결정하고 내년 초에는 첫 삽을 뜰 계획이다. 2024년 말부터는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2030년에는 연간 1만3700t의 배양육을 생산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회사가 사용하는 ABEC사의 바이오리액터를 검토한 뒤 2020년 대체육 유통을 허가했다. 굿미트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6000ℓ 용량의 배양기를 가동 중이다. 여기서 나온 대체육은 현지 식당에 대량 공급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덮밥집과 선술집 등 다양한 곳에 대체육을 납품했고 소비자 평가도 좋은 편이다.

굿미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배양육 유통 및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신청서를 낸 상태다. 현재 FDA는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FDA 허가가 언제 날지 모른다면서도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허가가 불발될 경우 대규모 바이오리액터에서 생산되는 배양육들은 시장에 유통할 수 없다”면서도 “인류가 가축을 키우고 도축해 고기를 얻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환경적 부담도 덜해 조만간 인류의 고기 수요는 대체육이 채울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zarag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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