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5(목)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최근 발사부터 실험위성 궤도 안착까지 성공하면서 우주개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뜨겁다.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우주개발은 냉전 이후 유럽과 인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분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중동 국가들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중동세를 과시하는 가운데, 미국 전기차 왕 일론 머스크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기업가들이 민간 우주개발에 주력하며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민간우주개발
독일 사라1 위성을 싣고 발사 대기 중인 팰컨9 [스페이스X]
독일 사라1 위성을 싣고 발사 대기 중인 팰컨9 [스페이스X]
현재 가장 선두에서 달리는 민간 우주업체는 스페이스X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직원 약 1만명을 거느린 거대 집단으로 발사체 운용 및 로켓 엔진 개발 및 판매, 우주선 개발 및 발사, 위성 운용 사업을 영위한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팰컨 시리즈와 지구 저궤도 우주선 드래곤 시리즈, 행성간 우주선 스타십을 보유했다. 지구촌을 초고속 위성통신망으로 묶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스페이스X는 수천 개에 달하는 통신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등 발사체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의 위탁 발사도 실시하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유인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발사체 사업으로 부를 쌓아올린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비행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엔데버’로 명명된 크루 드래곤(Crew Dragon) 우주선에 민간 비행사 4명을 태운 우주미션 ‘Ax-1’이 성공한 이후 스페이스X의 입지는 상당히 견고해졌다.

지난 4월,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액시엄 스페이스가 주도한 ‘Ax-1’에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제공한 스페이스X는 우주선이 발사부터 궤도 진입, ISS 도킹 및 해제, 지구 귀환까지 성공하며 참여 기업 중 독보적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는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상 최초의 민간 주도 ISS 체류 미션 성공 기록으로 남았다.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중국 등 국가 주도로 진행돼온 우주 개척에 엄청난 변화를 갖고 온 것도 바로 스페이스X다. ISS에서 약 보름간 지내며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Ax-1’ 미션에서 스페이스X는 크루 드래곤을 자사 발사체 팰컨9 로켓에 탑재한 채 쏘아 올려 의미를 더했다.

최근에는 이집트 위성통신업자 나일샛이 제작한 통신위성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 이집트 통신 위성 발사 성공은 최근 두드러진 우주개발 분야의 중동세를 입증하는 동시에 스페이스X의 발사체가 최상의 우주개발 파트너라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스페이스X는 행성 이주를 염두에 둔 화성 탐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여기에 스페이스X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화성 유인비행 시기를 NASA보다도 이른 오는 2029년으로 예정한 스페이스X는 궁극적으로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론 머스크보다 2년 먼저 우주에 눈을 돌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통신사업과 화성 이주계획, 달 탐사, 발사체 및 우주선 운용 등 종합 우주개발업체라면 블루 오리진은 우주 여객에 초점을 맞췄다.

블루 오리진은 2015년 5월 자체 개발한 우주 여객선 뉴 셰퍼드(New Shepherd)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민간 우주개발 업체의 실력을 과시했다. 2017년 전문 조종사 시험 비행을 마쳤고 2019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을 위한 각종 테스트를 발 빠르게 진행했다. 블루 오리진의 목표는 민간 우주여행 활성화지만 화성 이주를 이룬다는 궁극적 꿈은 스페이스X와 같다.

민간 항공기 및 군수 장비 업체로 유명한 보잉도 열심히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을 뒤쫓고 있다. 또 다른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과 발사체 운용 업체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를 결성한 보잉은 NASA의 협조 하에 유·무인 우주선 테스트가 한창이다.

민간 우주미션을 앞둔 보잉 우주선 스타라이너 [NASA]
민간 우주미션을 앞둔 보잉 우주선 스타라이너 [NASA]
보잉의 스타라이너(Starliner)는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성간 이동 우주선을 완성할 원대한 꿈의 상징이다. 지난해 스타라이너 무인 테스트에서 한차례 실패를 겪은 보잉은 지난 5월 2차로 치러진 스타라이너 발사 및 궤도 안착, ISS 도킹 및 해제, 지구 귀환을 모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이 미션이 성공을 거두면서 보잉은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에 이어 미국 민간 기업으로서 유인 우주선 실용화를 앞당겼다고 평가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점으로 유인 우주선 발사 및 저궤도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 분야에서 민간 업체의 활약이 향후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망의 스타라이너 유인 우주선 미션을 앞둔 보잉은 오는 7월 관한 세부 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양국 기업이 주도하는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
민간 우주개발 업체들은 NASA나 러시아우주국(ROSCOSMOS), 유럽우주국(ESA) 등이 공동 운용하는 ISS를 뛰어넘을 우주정거장을 꿈꾼다.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은 현재 미국과 일본 민간 기업이 주축이다. 이들이 계획한 상용 우주정거장은 ‘오비탈 리프(Orbital Reef)’로 명명됐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미국 우주개발 업체 시에라 시에라 스페이스는 지난 3월 ‘오비탈 리프’ 공동 제작 및 운용에 관한 사항에 합의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는 ‘오비탈 리프’의 개발부터 보유·운용·유지보수 전반에 걸친 기술 협력 및 상호 교류에 참여한다. 양사는 ‘오비탈 리프’를 2020년대 후반까지 완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오비탈 리프'의 상상도 [시에라 스페이스]
'오비탈 리프'의 상상도 [시에라 스페이스]
‘오비탈 리프’는 블루 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가 공동 개발해온 민간 상용 우주정거장이다. 고도 약 400㎞에 떠있는 ISS보다 100㎞ 높은 고도 500㎞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는 ‘오비탈 리프’는 미중력 환경 하에서 다양한 연구·개발·제조 및 우주여행 등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테스트한다.

다양한 우주개발 기술을 보유한 미쓰비시는 이미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로켓을 공동 제작했다. 일본의 로켓이 제작되고 테스트되는 종합 실험동 ‘키보우(희망)’ 및 우주정거장 전용 보급기 ‘코우노토리(황새)’ 역시 미쓰비시중공업 작품이다. 이미 ISS와 기술교류도 활발하다.

‘오비탈 리프’의 핵심 참여사인 시에라 스페이스 역시 ISS 물자 보급을 담당하는 상업 보급 서비스 ‘CRS-2’를 NASA과 계약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말에는 NASA 등과 함께 제작한 우주왕복선 ‘드림 체이서(Dream Chaser)’ 발사를 앞두고 있다. ‘드림 체이서’는 제프 베이조스가 구상한 것과 비슷한 우주택시 모델이다.

■우주복 개발도 민간이…우주개발 전 분야 주도
NASA 위탁을 받아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하는 민간 업체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NASA 위탁을 받아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하는 민간 업체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NASA는 지난 6월 차세대 우주복을 제작하기 위해 무려 4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민간에 위탁했다.

우주개발의 기본인 우주복 제작에 발탁된 민간 기업은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다. 이들이 만들어낼 우주복은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을 비롯한 다양한 우주 미션에 사용될 전망이다.

현재 NASA 소속 우주인들이 착용하는 선외 활동 유닛(Extravehicular Mobility Unit, EMU), 즉 우주복은 과거 우주왕복선 운용이 시작될 무렵 탄생한 구형이다. 그간 개량을 거듭했지만 민간 업체까지 우주개발에 뛰어든 현재 활동성 등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때문에 NASA는 새 우주복 도입을 전부터 계획해 왔다. 2019년 10월 달 탐사용으로 개발된 새 우주복 ‘탐사 선외 활동 유닛(Exploreration Extravehicular Mobility Unit, xEMU)’을 발표했지만 진척이 없자 민간 기업 위탁으로 선회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지난 4월 첫 민간 주도 ISS 체류 미션 ‘Ax-1’을 성공시킨 저력있는 업체다. 2024년 이후 ISS를 발판으로 자사 민간 우주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의 건설까지 계획하고 있다.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및 항공 우주 사업을 영위하는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다. EMU 제작이 가능한 기업 중 하나인 해밀턴 스탠더드를 산하에 뒀다. 우주복 및 우주선 선체 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해온 ILC 도버와도 협력관계다.

두 회사는 우선 지구 저궤도 기술 실증과 2025년 예정된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유인 달 탐사 미션 ‘아르테미스3’에 활용될 차세대 우주복 개발·제조에 나서게 된다. 이들이 만들 우주복은 NASA는 물론 민간 우주개발 업체들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zaragd@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