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7.27(토)
사진=금보성
사진=금보성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외출할 때 한 번 정도는 거울을 본다. 특히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면 거울 앞에 오래 머문다.

작가들에게 전시는 특별한 외출이다. 일반적으로 전시를 한다는 것은 개인전을 말한다. 그룹이나 단체전 아트페어는 참가한다고 한다.

작가들에게 개인전은 특별한 외출임에도 거울을 보지 않는 간 큰 작가도 있다.

거울의 사전적 의미는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물체의 모양을 비추어 보는 물건. 어떤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보여 줌. 모범이나 교훈이 될 만한 것.’이다. 작가들의 거울은 미술 잡지이다. 작업하면서 나의 내면을 반추하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흐름을 익혀야 함에도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스승과 동료들이 거울이 되어 준다. 시간의 늪에 빠지다 보면 거울 보기를 거부한다. 자기 늪에 빠진 열정은 오만하고, 태만이다.

시대가 하루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막연한 생각이 자고 일어나면 세계 곳곳에서 예고 없이 기후 폭탄이 터지고 있다.

뉴스도 접하지 않고 작업하는 위대한 작가들의 모습은 과거의 문틈에 끼어 있다. 최소한 자신에게 영양제 같은 정보나 교육이 전무한 체 전시라는 외출을 한다. 철 지난 구닥다리 상품이나 유통기간이 지난 음료수 같은 작품이나 인기 있는 작가의 표절을 창작이라고 우기는 작가도 있다.

이번 프리즈 아트페어에 최면이 풀렸으면 싶다.

작품에 무슨 유행이 있나 반문하겠지만 유행 타지 않은 불멸의 것이 있는가.

작가라면 적당한 정보나 흐름 정도는 수박 겉핥기라도 해야 한다. 예술 장르마다 발행되는 잡지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볼 것이 없다. 광고해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선택을 잘못했다. TV 광고나 네이버 광고하면 충족되려나. 미술 잡지 광고는 내 작업에 대한 존재감이며, 작업에 대한 기록 같은 아카이브다.

작품 이미지 하나로 내 생각 철학을 드러내는 것이다. 잡지를 넘기다 보면 원로 작가들 전시가 올려져 있다. 다시 말해 원로들도 잡지라는 거울을 통해 존재감과 작업에 대한 아카이브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대륙마다 미술시장이 조금씩 다르다. 아트페어 양대 산맥 같은 바젤과 프리즈 전시는 대륙마다 출전하는 작가가 다르다. 아시아는 반구상이 강세이고, 미국은 반추상적 색채지만, 스위스 바젤은 형태와 색채가 없는 추상이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림의 경계라는 교과서적인 색채와 이미지가 기후변화에 불타버린 듯싶다. 아직도 세공 같은 공예에 집착하는 촌스러운 시대가 아니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고행과 난이도를 가지고 프리즈 경계라는 담을 넘지 못한 것은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에 못 미치거나 미달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용병 같은 작가들이 오늘도 거울도 보지 않고 외출한다.

여름에 겨울 코트를 입고 다녀도 예술가라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고, 창작의 영감을 위한 존경스러움의 시대가 오래전에 소멸하였다. 이젠 외출할 때나 작업실에서나 구독하고 정독하며 내면의 예술적 힘의 조금이라도 전염되기를 기대해 본다.

올가을엔 미술 잡지 한 권 정도 구독하시길 권한다.

금보성: 현대시에 시 발표. 시집 7권. 화가, 개인전 75회. 홍익대 대학원 박사 수료. 전 서대문문화원 원장.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백석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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