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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외로운 사장님들

입력 2026-10-12 06:56

그러나 외로움까지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다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사진제공=엘앤에이(주)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사진제공=엘앤에이(주)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직원에게는 자금 사정을 말하기 어렵고, 임원에게도 불안을 다 털어놓기는 어렵다.

거래처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고, 가족에게는 회사 이야기를 줄이고 싶다.

“이번 달 자금이 버틸까.”
“이 투자가 틀렸으면 어쩌지.”
“핵심 인력이 나가면 회사가 견딜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은 대개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사장은 자신감을 보여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이란 생각 때문이다.

프랑스와 캐나다의 경영학자 페르네, 토레스, 오스틴, 생피에르는 프랑스 중소기업 경영자 377명을 대상으로 몇 차례에 걸친 연구를 통해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업무량 자체가 아니라 ‘직업적 외로움’이었다.

경영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외로움을 키우고, 그 외로움이 다시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사장을 지치게 하는 것은 짐의 무게만이 아니다. 그 짐을 혼자 들고 있다는 느낌이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외로움 자체가 아니라, 그 외로움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데 있다.

다른 시각을 들을 기회가 줄면 사람은 자기 생각만 되풀이해 들여다본다. 작은 걱정이 어느새 회사 전체의 위기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면 경영자는 더 혼자 결정하고, 더 많이 통제하고, 더 적게 말하게 된다. 그 영향은 결국 조직 전체로 퍼져나간다.

직원들은 사장에게 말 걸기를 어려워하고, 문제가 있어도 보고하지 않으며, 좋은 생각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사장은 “왜 아무도 말을 안 하나” 묻고, 직원은 “말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외로운 경영자가 조직을 더 외롭게 만드는 것이다.

◆ 어깨의 짐을 나누는 것도 '리더십'이다

먼저 인정할 것이 있다. 사장도 사람이다. 경영자는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도, 모든 문제를 혼자 풀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다.

좋은 경영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린 뒤 다시 중심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다.

혼자 짊어지는 것을 리더십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혼자 결정하면 빠를 수는 있다. 그러나 혼자 고민한 것이 좋은 결정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경영자의 일은 모든 짐을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그 짐을 함께 나눠 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사장에게도 함께 걸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같은 업계의 경영자일 수도 있고, 오래된 친구나 멘토, 코치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과 고민을 편견 없이 들여다봐 줄 사람이다.

때로는 해결책보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모든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고, 지금의 어려움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장은 다시 한 걸음 내디딜 힘을 얻는다.

경영자 모임이나 CEO 교육도 단순히 지식을 얻는 자리로만 볼 필요는 없다.

새로운 경영기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다른 기업의 시행착오를 들으며, 자신의 문제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경영자는 혼자 판단하더라도, 혼자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 때로는 새로운 지식보다 다른 사람의 경험담과 공감 한마디가 더 큰 통찰을 주기도 한다. 경영자의 성장은 지식을 쌓는 것 이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속에서 깊어질 수 있다.

사장이 힘든 것은 사장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의 삶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조직의 방향과 수많은 결정을 홀로 감당하는 자리가 원래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잘될 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일이 틀어지면 가장 먼저 책임을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때로는 잠시 멈춰도 된다. 마음속에 담아둔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되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는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그것은 리더의 약함이 아니다.

오래 경영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과 삶을 돌보는 것 역시 경영자의 중요한 책임이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좋은 경영자인 것은 아니다. 오래 가는 경영자는 혼자 버티는 대신, 필요한 순간 누군가와 기꺼이 어깨를 맞댈 줄 아는 사람이다.

좋은 회사는 직원만 성장하는 회사가 아니다. 그 회사를 이끄는 사람도 지치지 않고 오래 걸어갈 수 있는 회사다.

결국 경영자의 자기관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고립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과정이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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