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다 2007년 《하연거탑》에서 의사의 이미지가 바뀝니다. 대학병원의 외과과장 선거를 둘러싸고 권모술수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병원은 권력 투쟁의 전쟁터로 묘사됐습니다.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김명민)은 윤리나 도덕보다 병원에서 권력을 잡는 것에 집착하는 냉혹한 야심가입니다. 2016년 방영된 《낭만닥터 김사부》는 대형병원을 비윤리적 의료행위가 횡행하는 곳으로 설정했습니다. 김사부(한석규)는 이런 대형병원에서 밀려난 의사입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린다, 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환자를 대합니다. 하지만 대형병원에서 이런 착한 의사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의대 99학번 동기생 다섯 명을 중심으로 병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의사들의 이미지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중증외상센터》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비현실적입니다. 거대한 재난과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 외과의사 백강혁(주지훈)이 현 의료시스템의 막힌 혈관을 뚫고 생사의 골든아워를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인데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만큼 실패가 없습니다.
일본의 장기 시리즈물을 리메이크한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병원을 아예 하얀 가운을 입은 마피아가 장악한 곳으로 그립니다.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데는 어쩌면 반복돼 온 의료파업도 영향을 적지 않게 미쳤을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공감하고 열광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현실을 의사들은 가볍게 보아 넘겨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검사의 경우 1995년 방영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의 강우석(박상원) 검사는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검사는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는 강골 이미지가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작품 속 검사들은 권력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는 인물의 전형이 됐습니다. 그리고 2026년 검찰청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내가 걱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의사도 나빠진 이미지만큼 국민들에게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닥터X》의 계수정(김지원)도 같이 일하는 의사들에게 “돈 잘 벌고 출세하려고 공부만 한 인간들, 윤리고 신념이고 생각 없이 그저 멍청하게 똑똑한 인간들”이라고 일갈합니다. 의사들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병원의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만큼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의사도 검사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