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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꼰대는 싫은데 조언은 필요해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27 07:57

자료 출처=국민일보
자료 출처=국민일보
누구나 살면서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가 꼰대의 잔소리로 곤두박질치면서 조언자의 빈자리를 소셜미디어와 AI가 채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높은 학력, 화려한 이력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인간관계, 직장생활, 건강관리, 육아 등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올리는 조언 계정의 팔로워가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에 달합니다.

예전에는 주로 학교 스승이나 직장상사, 선배, 부모님처럼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인생 경험이 풍부한 이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AI나 소셜 계정은 그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관계를 맺지 않고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에 조언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메신저가 사라지니까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AI나 소셜 조언을 들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나중에 결과를 보고하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듣고 싶지 않고 원하지 않는 조언이라면 중간에 끊어버리거나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 사람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을 필요도 없고 출퇴근길 10분 정도면 조언 하나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조언과 충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요즘 대기업에서 부장님들이 부하직원한테 “결혼 빨리 하는 게 좋다” “아이는 둘은 낳아야 한다” 같은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큰일납니다. “당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하는 말은 아예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취업, 집값, 가족관, 세상을 보는 가치 등 삶의 조건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경험의 전수’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성공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우리 때는 그랬다”고 마치 정답처럼 말하는 순간 ‘꼰대’가 되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AI의 조언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된 확률적 최적값일 뿐입니다. 반면 인간의 그것은 날것의 체험과 실패의 기록에서 피어난 것입니다. 텍스트나 화면으로는 담을 수 없는 체온이 스며 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때 참 힘들었어”라는 떨리는 한 마디가 가슴 깊은 곳까지 공명합니다.

또 조언의 본질은 애정과 책임감입니다. AI는 사용자의 입맛에 맞춰 위로와 모범답안을 내놓을 뿐 조언을 구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의 조언은 때로는 귀에 거슬리더라도 그 속에 담긴 염려와 따뜻함은 알고리즘이 흉내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헌신과 책임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또 AI와의 대화는 편리하지만 깊이 성찰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에 비해 어른이나 선생님 혹은 동료와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영감과 깨달음을 줍니다.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 침묵과 한숨, 애정 어린 시선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게 됩니다. 불완전한 사람끼리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진짜 지혜가 탄생합니다.

권위적 꼰대문화나 맹목적인 복종의 시대는 없어져야 합니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존중받는 시대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꼰대 소리 듣는 것이 두려워’ 인간적인 조언과 충고의 가치마저 외면해버린다면 어쩌면 그건 어른으로서의 직무유기일지도 모릅니다. AI가 주는 답은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줄 수는 있겠지만 폭풍우 속에서 손을 잡아 끌어줄 수는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거칠고 잔소리처럼 들리더라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공감과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지 않을까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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