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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추호]안민석표 경기교육대전환,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다"

송인호 기자

입력 2026-11-09 04:00

31개 시·군 돌며 학부모와 교육관계자 6116명 만나
현장의 질문을 정책과 예산, 학교의 변화로 이어야
교육의 성적표는 아이와 교사의 일상에서 확인 가능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민선 6기 취임식에서 경기교육 대전환을 선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민선 6기 취임식에서 경기교육 대전환을 선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경기=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교육의 근본은 무엇일까. 성적과 줄 세우기를 벗어나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으로 자라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경쟁 중심의 교육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이제는 공교육의 역할과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남보다 앞설 것인가’에 더 많은 답을 요구해왔다. 성적 만능주의가 교육의 중심에 놓이면서 삶을 가르쳐야 할 교육이 경쟁을 훈련하는 제도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는 본말전도(本末顚倒)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따라서 경기교육이 내건 ‘대전환’은 이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의 이름이나 예산의 규모만으로는 변화가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걱정, 교실을 지키는 교사의 고민을 듣고 그 목소리를 실행으로 옮길 때 교육의 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취임과 동시에 도내 31개 시·군을 돌며 학부모와 교육관계자 6116명을 만난 것도 현장의 질문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등굣길의 안전부터 아이의 배움, 교사의 수업 여건까지 교육의 본질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하루에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구체적인 정책과 변화로 이어질 때 경기교육 대전환은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북부 중심 양주에서 열린 ''찾아가는 교육감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경기도교육청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북부 중심 양주에서 열린 ''찾아가는 교육감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경기도교육청
◇다른 목소리에서 공통의 해법을 찾다


안 교육감의 ‘찾아가는 교육감실’은 지난 9월 17일 화성·오산에서 시작해 지난달 30일 의정부에서 마무리됐다. 44일 동안 도내 모든 시·군을 순회하며 만난 학부모와 교육관계자는 6116명이다. 안산에서는 이주배경 학생과 내국인 학생이 함께 배우는 여건을, 의정부에서는 느린학습자 지원과 교복 문제가 논의됐다.

도교육청은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체험학습 재개, 과밀학급 대응, 교사 행정업무 경감, 학생 통학 지원 등을 10대 후속 과제로 제시했다. 지역마다 학교 규모와 통학 여건, 학생 구성은 다르다. 같은 과밀 문제라도 학교마다 원인과 해법은 같을 수 없다. 현장을 찾은 의미는 그 차이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데 있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태도다. 교육정책도 학부모와 교사, 학생의 목소리를 한 방향으로 억지로 맞추기보다 각자의 경험을 듣고 공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소통은 질문을 듣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토 결과와 실행 계획을 질문한 이들에게 다시 설명할 때 신뢰로 이어진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의 결재모습. /경기도교육청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의 결재모습. /경기도교육청
◇배움의 힘과 교사의 시간을 지키다

안 교육감의 취임 첫 결재는 ‘폰프리 스쿨’이었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돌아보고 스스로 조절하도록 돕는 ‘폰프리 100일의 기적’에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학생 1만8000여명이 참여를 신청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시간에 독서와 예술, 스포츠를 경험하게 하는 RAS 경기 문예체 교육도 추진 중이다.

핵심은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화면에서 벗어난 자리에 무엇을 채울지가 중요하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악기를 연주하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는 경험은 사고력과 감수성, 협력의 힘을 기른다. 인공지능(AI)이 답을 빠르게 내놓는 시대일수록 학생에게는 질문을 만들고 근거를 따져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 힘이 필요하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8월 22일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경기도교육청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8월 22일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위촉식 모습.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위촉식 모습. /경기도교육청
그 배움의 시간을 지키려면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안 교육감은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단장을 맡고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위촉했다. 교사에게 쏠리는 민원을 교육감에게 제기해 달라는 발언도 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교사 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권 보호는 교사와 학부모를 대립시키는 일이 결코 아니다. 교사가 안전하게 수업할 수 있어야 아이들의 배움이 지켜지고, 학부모도 학교와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할 수 있다. 민원 접수부터 상담과 중재, 피해 교원 회복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고 학부모가 어디에 문의해 언제 답을 받을 수 있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체험학습 재개 역시 안전계획과 사고 대응에서 학교와 교육청의 책임을 명확히 나눌 때 가능하다.

유교 경전 '예기' 의 「학기」에 실린 교학상장(敎學相長)은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시간은 학생의 배움을 키우는 기반이다. 행정업무를 덜고 민원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교권 보호의 실질적인 과제가 돼야 한다.
평택 고덕신도시 통학버스 '꿈타GO' 운행 모습. /평택시
평택 고덕신도시 통학버스 '꿈타GO' 운행 모습. /평택시
◇등굣길과 교육자치, 아이의 생활권에서 풀다

안민석표 무상통학은 아이가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배움의 조건을 살피는 정책이다. 학교가 멀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곳에서는 통학버스 한 대가 아이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 평택에서는 지난 2일 학생통학 순환버스 ‘꿈타GO’가 운행을 시작했다. 도교육청은 2027년도 본예산안에 안심에듀버스 운영비 779억원을 담았다.

성과는 예산과 차량 대수 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 이동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노선 밖에 남은 학생은 몇 명인지, 안전 사각지대가 해소됐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역 여건을 잘 아는 곳에서 필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교육자치도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 교육자치사업에 1,595억원을 편성하고 내년 9월 양주와 하남의 독립 교육지원청 개청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이 빠르게 늘어나는 신도시와 작은 학교가 흩어진 농촌은 필요한 시설과 인력, 통학 대책이 다르다. 교육지원청이 학교와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에 맞게 자원을 조정한다면 교육격차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좌부터 최규진 교육부장관,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함께 하고있다. /경기도교육청
좌부터 최규진 교육부장관,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함께 하고있다. /경기도교육청
◇정책의 성적표는 아이의 하루에 있다

안 교육감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벽깨기’도 학교와 지자체,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해 학생의 배움터를 넓히려는 구상이다. 학교에 체육 공간이 부족하면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예술교육을 위한 인력과 공간이 필요하면 지역 문화기관과 협력할 수 있다. 다만 협약이나 계획만으로 아이의 배움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설 이용 시기와 안전관리 책임, 운영비 분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실제 수업과 연결해야 한다.

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2027년도 본예산안은 24조7,772억원이다. 기존 사업 50개를 정리해 1540억원을 마련했고 5대 정책 분야에는 8조8946억원을 편성했다. 예산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교사의 하루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가다. 통학 지원을 받지 못했던 학생이 버스를 탈 수 있는지, 교사가 수업 준비 시간을 되찾는지, 작은 학교 학생도 예술과 체육을 꾸준히 경험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안민석 교육감은 44일 동안 도내 31개 시·군을 찾아 학부모와 교육관계자 6116명을 만났다. 이제 그 만남에서 나온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차례다. 정책의 추진 과정과 성과를 투명하게 알리고, 부족한 점은 다시 현장에서 듣고 보완해야 한다. 교육의 근본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아울러 교육의 변화는 아이들의 하루가 달라질 때 완성된다. 그 변화가 학교마다, 지역마다 쌓여갈 때 경기교육 대전환은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시민의 일상에서 확인될 수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학생들과 음악 수업을 하고 함께 걷는 등 소통하고 있다. /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학생들과 음악 수업을 하고 함께 걷는 등 소통하고 있다. /

※통찰추호(洞察秋毫)는 아주 작은 부분이나 미묘한 변화까지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의미한다.

송인호 기자 sih31@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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