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V자형, U자형 등 여러 알파벳 형태의 경제 전망이 나왔다. 그래프의 가로축을 시간, 세로축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놓고 향후 GDP 회복 추이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 중 많은 정책입안자와 기업 관계자들이 바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V자형이다. 짧고 급격한 붕괴 후 팬데믹(전 세계적인 유행병) 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형태를 뜻한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4년 경기침체 뒤 V자형 회복을 경험했다.
U자형은 V자형보다는 느리게 GDP가 회복된다. GDP가 위기 전 수준을 웃돌았다가 꺾이는 Z자형도 있다.
하지만 이제 스우시형 회복이 기대된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유럽 등 서구 경제가 내년 말이나 그 이후까지도 지난해 수준의 생산량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회복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망이 어두운 건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데다 경제 활동이 좀처럼 전 수준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세계 최대 패키지 식품 제조업체인 네슬레 최고경영자(CEO) 마크 슈나이더는 "빠른 회복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회복에) 몇년이 아니라면 몇 분기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CEO는 "아직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이란 게 없다. 아무도 뉴노멀이 어떨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2022년까지는 승객 수가 전 수준에 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날 10월부터 사무직 3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까지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는 대신 연방정부로부터 50억달러를 받았지만 그 이후로는 현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국가에서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지만 콘서트, 스포츠 경기 같은 대규모 활동이 언제 재개할지는 불투명하다.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면서 예전과 같이 소비 활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올해 실적 전망을 철회한 미셸 벅 허시 CEO는 "이렇게 많은 요인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동시에 발생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을이나 겨울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할 가능성도 제기돼 스우시 형태 회복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WSJ은 전했다.
스우시형보다 어두운 전망도 있다. 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좋아졌다가 다시 침체기에 빠지는 W자형(더블딥), 다시는 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L자형 등이다. WSJ에 따르면 2008~2009년 금융위기에서 반등한 유로존 경제는 2011~2012년 다시 위축되면서 W자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