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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검색되는 회사들, '평판 시대'의 기업문화

입력 2026-05-25 08:46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구직자들이 회사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는 시대다. 입사 지원 전에 연봉표보다 먼저 후기를 찾고, 면접 일정을 잡기 전에 평점부터 확인한다.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은 회사의 친절한 소개글이 아니다.

익명의 후기와 적나라한 경험담, 별점, 그리고 "이 회사 어때요?"라고 묻고 답하는 생생한 글들이다. 과거가 '회사가 사람을 고르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사람이 회사를 거르는 시대'다.

◆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과거의 회사는 어떤 의미에서 '닫힌 방'과 같았다. 내부의 부당한 처우나 갑질이 외부로 새어 나가기 어려웠고, 문제 제기 또한 조직 안에서 묻히기 일쑤였다. 피해자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컸지만, 그 무게는 바깥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기업 리뷰 플랫폼을 통해 한 회사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외부에 중계된다. 청년들이 입사 전에 회사 이름보다 기업 후기를 먼저 검색하고, 연봉보다 조직문화, 워라밸, 갑질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표준이 되었다.


변화는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이제 직장인들의 손에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쥐어졌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노동행위 관련 사건이 1분기 기준 47%가량 급증했다. 그 배경에는 직장인들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진정서를 작성하고, 노동법을 해석하며 구제 절차까지 직접 준비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챗GPT가 노동법 위반이라는데 맞느냐'고 묻는 민원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변호사나 전문가의 문턱을 넘어야 가능했던 권리 대응이, 이제는 누구나 책상 앞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걸러지는 회사들의 네 가지
노동인권 단체들과 노동 연구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구직자들이 '거를 회사'로 분류하는 특징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정리된다. 고용 불안정,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폐쇄적 소통 구조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한 희망고문, 인턴과 수습 제도의 남용, 수당 없는 초과근무 강요, 휴가 제한, 폭언과 인격권 침해, 퇴사 압박, 문제 제기 차단 등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거나 직접 겪었을 법한 풍경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가장 정확히 비춘 콘텐츠가 웹드라마 <좋좋소>다. 첫 화 '좋소기업 면접 특'은 공개 직후 100만 뷰를 돌파했고, 이후 왓챠 오리지널로 자리를 옮겨 시즌 5까지 이어지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각본과 연출에 참여한 이 작품은 '하이퍼 리얼리즘 블랙 코미디'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한국 직장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 눈치 문화, 야근 강요, 권위적인 조직문화 등 시청자들은 "누가 우리 회사 CCTV를 훔쳐 갔느냐", "완벽한 하이퍼 리얼리즘이다"라는 댓글을 달며 공감의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어딘가에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모든 기업이 '좋좋소'는 아니다
물론 모든 중소기업이 <좋좋소>와 같은 것은 아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애쓰는 기업들이 훨씬 더 많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땀 흘리며 성장과 생존을 함께 고민하는 수많은 중소기업 대표들까지 한데 묶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일부의 일탈 행태가 전체 중소기업 생태계에 대한 인식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부정적인 검색 결과가, 수많은 성실한 회사의 채용 노력마저 헛되게 만들곤 한다. 이는 비단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 생태계 전체가 짊어진 무거운 부담이 되고 있다.

◆ 보여주기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기업문화는 채용 경쟁력과 직결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돈보다 존중'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조직문화는 단순한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핵심 변수가 되었다. 관건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형식적인 복지 제도나 일회성 이벤트로 평판을 끌어올리려는 얄팍한 시도는 머지않아 검색 한 줄에 쉽게 무너진다.

직원이 AI의 도움을 받아 노동위원회의 문턱을 스스로 두드리는 시대에, 임시변통이 통할 자리는 없다.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본질적인 변화다. 투명한 근로계약, 정당한 보상 체계, 자유로운 의견 개진, 그리고 상호 존중의 문화가 바탕이 된 '신뢰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좋은 인재는 결국 좋은 조직에 남는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가, 지금은 곧 기업 생존의 명제가 되고 있다.

◆ 건강한 기업문화는 생존의 조건이다
이런 회사는 믿고 거른다."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가볍게 떠도는 이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기업이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이미지 실추가 아니다. 부정적인 평가 한 줄을 만들어내는 조직 내부의 작은 무관심과 비상식이, 결국 회사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기업문화는 더 이상 HR 부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가 시장에 내놓는 또 하나의 제품이자, 검색되는 시대의 새로운 평판이다. 건강한 기업문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생존 조건이다.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프로필 :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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