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11(토)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 3일 북 외무성 부상 표현
조성렬 "일개 외무성 부상 발언에 너무 과민반응"
홍민 "한중일 정상회담 전후엔 발사하지 않을 것"
문성묵 "중국 자극하면 '새로운 길'에 재 뿌리는 것"
김용현 "고강도 무력시위는 북한에 부담 너무 커"
제임스 김 "북 도발시 미국과 협력하는 게 안정적"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도발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표현 자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외무성 간부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수 전문가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북한이 무력 시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일으킨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표현은 지난 3일 처음 나왔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담화를 통해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 다시 말하면 12월31일까지 미국한테 시간을 줬는데 일개 외무성 부상이 1주일 당겨서 크리스마스 날이라고 이야기한 것 갖고 우리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조 위원은 또 (김 위원장은) 이번 크리스마스보다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개최될 걸로 보이는 당 중앙전원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것 같다. 이런 내용들은 아마 신년사에서 발표될 것"이라며 "만약에 북한이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제안하며 북한을 두둔하기 시작한 것도 고려할 사항이다. 중국이 국제적 비난 가능성을 떠안고 북한을 지지한 마당에 북한이 이에 개의치 않고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몇 안 되는 우군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크리스마스를 눈앞에 둔 23~24일 한일 정상과 연쇄회담을 갖는다. 24일에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공동언론발표, 오찬 등이 중국에서 열린다. 중국이 중요한 외교 행사를 개최하는 와중에 북한이 중국의 체면을 깎는 행위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통일부 출입기자단 초청간담회에서 "24일 한중일 정상회담 전후 또는 연말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중일 정상 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밝힐 가능성이 있는데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소 통일전략연구센터장은 2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길'에는 중국·러시아와의 연대 강화라는 뜻도 포함돼있다"며 "그런데 한중일 정상회의 때 도발을 하면 새로운 길에 재를 뿌리는 결과가 된다. 그러면 처음부터 꼬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크리스마스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해 미국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역시 북한으로선 얻을 게 별로 없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섣불리 쏘는 것은 불필요하게 긴장 수위만 높인 채 미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어내지도 못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뉴시스에 "고강도 무력시위는 북한으로선 부담과 후폭풍이 너무 크다"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하면 당장 2017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데 그에 대한 부담이 북한으로선 너무 크다. 중국과 러시아도 그걸 바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은 일단 말로써 세게 표현하고 그 다음에 행동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면서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만약에 행동을 한다면 김정은이 동창리에서 (미사일 엔진) 연소 시험을 직접 참관하거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정도를 발사하는 훈련을 시험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크리스마스에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후 우리 정부가 미국과 어떻게 공조하느냐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해석이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을 안 하는 게 최고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이) 그렇게 했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안이 나름대로 마련돼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만약에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평가하는데 우리 정부는 무마하려 한다면 미국은 한국과 공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대북 대응을) 일방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며 "우리가 도발의 심각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미국과 협력해서 반응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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