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6.15(토)
사진=김수환 변호사
사진=김수환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 국민이 각자 소유한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민법은 유언을 통한 재산처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은 유언을 통해 타인이나 상속인 일부에게만 유증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따른 갈등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증가한 치매 피상속인이 합리적 유언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두고 가족끼리 법적 다툼을 하기도 한다. 고령의 노인이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유언자의 유언능력을 둘러싼 분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유언이란 사망 후 효력이 발생할 것을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특정 사항에 관하여 상대방 없이 행하는 요식 행위이나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법정요식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법이 규정한 방식을 위반한 유언은 무효다.

유언을 남기는 방법에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유언 등이 있다.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 스스로 유언의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자필로 쓰고 날인하여 성립하고, 가정법원의 검인이 필요하다. 녹음 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녹음기에 유언의 취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여 성립한다. 공정증서는 공정인가 법무법인의 공증인을 통해 이뤄진다. 방식 특정에 따라 검인 절차, 증인 참여 여부 등에 차이를 보인다.

방식은 다르나 모든 유언은 유언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되지 않았다면 효력을 잃는다. 김수환 상속전문변호사는 "유언자가 치매에 걸려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이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망, 강박을 당하여 유언을 남겼다면 이 유언은 효력을 상실한다"며 "당연히 기망 또는 강박을 한 사람은 상속을 받지 못한다. 유언자의 인의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언자가 치매 환자라고 모든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00년부터 치매를 앓았던 50억 원대 자산가 A씨는 2007년 '아내와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 자녀에게 전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상속에서 제외된 장남은 유언자가 치매 상태로 의식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한 유언이라며 무효를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A씨 유언의 효력을 인정했다.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 취지를 작성했고, 유증대상과 수유자에 대해 유언자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A씨가 해당 내용에 충분한 답변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수환 상속전문변호사는 "해당 판결에서 알 수 있듯 치매 환자라도 법원은 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식별능력이 있다면 유언능력이 있다고 본다. 치매 등의 뇌질환이 있더라도 제한적으로 의사능력이 유지되어 있으면 유언의 내용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유언자의 치매로 해당 유언의 무효 여부를 따져보고자 한다면 유언자의 유언 당시의 판단능력, 질병의 상태, 유언의 내용, 유언 작성 당시의 상황, 유언에 대한 종래의 의향, 수증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 과정에서 가족간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다면 치매라는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대가 왔다. 치매 병세가 덜할 때 유언장에 대해 의사표현을 명확히 해놓고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적으로 미리 공증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유언을 남기는 과정에서 유언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사 진단서를 받아 두는 방법 또한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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