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 기억 복제, 인간 표준화…기술이 인간을 재편하는 미래 그린 단편집
![[신간] 이상욱, 두 번째 소설집 '스탠더드맨' 출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0270929170221746a9e4dd7f220867377.jpg&nmt=30)
『스탠더드맨』은 장르적으로는 SF 단편집이지만, 단순한 미래 서사를 넘어 기억과 존재의 구조, 기계와 인간의 경계, 생명 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저자는 ‘기억은 유기체를 생명으로 이끄는 집합적 증거’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기술 문명이 고도화된 세계 안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여전히 존속 가능한지를 탐문한다.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은 공통적으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 혹은 그 불가능성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표제작 「스탠더드맨」에서는 뇌사 상태로 백 년 간 보존된 천재 과학자의 의식을 복제하여 새로운 인간의 표준을 만들려는 사회가 등장한다. 기술은 인간을 진보시키는 도구이자, 인간성을 침식하는 기준이 된다. 「결합과 분리, 대칭과 비대칭이 만드는 우주의 원리」는 장기 이식 기술로 죽지 않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죽음은 여전히 존재하며, 가난한 이들에게만 허락된다. 기술은 죽음을 해결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배되지 않는 생존의 조건일 뿐이다.
「루시드 드림」과 「대면」은 기억과 자아의 분열을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 등장인물은 꿈속에서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하거나, 과거의 폭력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목격하면서 자기 동일성의 불확실성을 경험한다. 마지막 작품 「이타카를 위하여」는 핵전쟁 이후의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인류의 기억을 수집하는 이야기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존재를 지속하는 존재라는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이 이 단편에서 결론처럼 정리된다.
소설가 이상욱은 2013년 『문학의 오늘』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기린의 심장』과 웹북 『나는 소설의 신을 만났다』, 앤솔러지 『숨쉬는 소설』 등에 참여하며 기술적 상상과 윤리적 질문을 결합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스탠더드맨』은 그의 세계관을 집약한 본격 SF 단편집으로,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충돌을 문학적으로 담아낸 작업이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교유서가는 “기억을 둘러싼 인간 존재의 역설을 서늘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철학적 소설”이라고 소개하며, “디스토피아적 설정 속에서도 인간 고유의 조건을 집요하게 추적한 단편들”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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