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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복되는 ‘死다리 작업 중 추락’, 이제는 멈춰야

신용승 기자

입력 2025-09-26 08:46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김형석 지사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김형석 지사장./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김형석 지사장./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올해 초 서울 성북구의 한 물류창고에서 이동식 사다리를 통해 제품을 운반하던 작업자가 사다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초에도 경기 광명시의 한 빌딩 지하실에서 시설관리인이 A형 사다리 위에서 형광등을 교체하던 중 떨어져 사망했다.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불과 몇 분이면 끝날 작업,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길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방심은 귀한 생명과 한 가정의 버팀목을 빼앗았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결코 예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해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유사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안전에 대한 기본을 지키는데 얼마나 미숙한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도구, 그러나 치명적인 사고
사다리는 일상과 현장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쓰인다. 가정에서는 형광등 교체, 커튼 설치 등에도 쓰이고, 산업현장에서는 전기, 통신, 건설, 청소 등 다양한 작업에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사용이 편리하고 친숙한 도구다. 그러나 이러한 친숙함이 바로 안전불감증을 불러온다. 사람들은 흔히 사다리 작업을 단순 행위나 작업으로 여기고 “조금만 조심하면 괜찮아”, “빨리 작업하고 내려오면 돼”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사고는 바로 그 순간 발생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추락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사망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닥이 단단한 산업현장에서는 불과 2~3m 높이에서 떨어지더라도 치명적인 외상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추락은 순간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게 일어난다. 한번 발생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다리 작업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위험인 것이다.

국내외 통계가 말하는 현실
사다리 사고의 빈도와 심각성은 통계가 잘 보여준다. 국내 사다리 사고 사망자 유족급여 승인통계를 살펴보면 2008~2022년까지 15년간 503명의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매년 평균 33명이 사망한 것이다. 절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숫자이다. 국외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매년 약 2000건 이상의 중대한 부상이 사다리에서 발생한다고 집계한다. 단순 골절부터 척추손상, 뇌손상에 이르기까지 장기 재활을 요하는 사례가 많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은 더욱 명확한 통계를 제시한다. 전체 작업 중 사다리 사용은 5%에 불과하지만 추락사고의 40% 이상이 사다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 사다리가 사용되는 것은 바로 사고로 직결된다는 전 세계적 경고인 것이다. 즉 사다리 사고는 특정 지역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닌 ‘안전을 소홀히 하면 언제 어디서든 재현되는 보편적 문제’인 것이다.

반복되는 원인, 지켜지지 않는 기본
사다리 사고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복잡하지 않다. 대부분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다. 첫째,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 낮은 높이, 간단한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대부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 둘째, 부적절한 설치이다. 사다리를 충분히 고정하지 않거나 평탄하지 않은 곳에 설치하는 경우이다. 셋째, 잘못된 사용 습관이다. 무리한 단독작업, 답단에 발끝만을 걸치거나 최상부에서의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노후화된 장비와 외부 환경의 무시이다. 균열·변형·부식된 사다리, 고정장치나 미끄럼방지장치 등이 손상된 사다리는 기본적 위험성이 크고, 바람·빗물·주변의 고압전선 등은 그 위험성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시간적 압박이나 성과중심의 문화가 더해진다면 반복되는 사다리 사고는 끊어질 수 없다.

이제는 꼭 지켜야 할 안전수칙
무엇보다 먼저 모든 사다리 작업 시에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낮은 높이기에 안전모만 착용한다면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안전보건공단은 서울권역 중심으로 ‘사다리 N 안전모’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둘째, 사다리는 단시간의 가벼운 작업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장시간의 힘든 작업일 경우에는 반드시 고소작업대 설치 등 안전한 작업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2인 1조로 작업하고 작업자는 사다리의 최상부 발판이나 그 하단의 디딤대에서는 작업하지 않는다. 작업자의 균형이 흔들려 사고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넷째, 사다리의 미끄럼․넘어짐 방지장치 등을 확인한 후 평탄하고 견고한 바닥에 설치한다.

반복되는 사고를 끊기 위해
사다리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한계 또한 아니다. 현장에서의 작은 실천, 기본을 지키는 태도, 그리고 안전을 우선하는 조직문화가 어우러질 때, 사다리 작업은 더 이상 ‘사고의 도구’가 아니라 ‘생산의 도구’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작업 전 잠깐의 점검, 안전모를 쓰는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킨다.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습관의 누적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묻고 답해야 한다. “오늘, 당신의 현장에서 사다리는 안전한가?”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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