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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05 08:00

출처= KTX매거진
출처= KTX매거진
재미있게 본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는 작가의 전작에도 자주 등장했던 기차건널목 장면이 클리셰처럼 나옵니다. 차단기가 내려오면 강력한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주인공 황동만을 통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이라는 그 차단기를 돌파하려고 애씁니다.

“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다면 망가져서 나를 증명할 거야.” 황동만의 요란하고 위악적인 방어기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동만이 멋지게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오늘의 좌절, 실패, 부끄러움, 자괴감 이런 것들이 당신에게만 있지 않다. 모두 그렇게 살고 있으니 너무 마음 다치지 말고 함께 버텨보자’는 작은 위로를 서로 나누자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대로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8인회도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들의 못난 구석을 동만을 통해 발견하고 동만을 버리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끌어안으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사회적 잣대로 재면 다수와 소수로 나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방치됐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또 다른 주인공 변은아는 말합니다. “힘있는 엄마가 될 거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중심에 서 있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도 안심하게 해주는 그런 엄마”

각자 깊은 상처와 어둠을 품고 있는 동만과 은아의 막다른 연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은아는 모두가 무시하는 동만의 가치를 알아보고 옆에서 지지하며 그의 정서적 허기를 채워줍니다. 동만은 버려진 공포에 시달리는 은아를 안심시키고 그녀가 혼자 쌓아 온 알 수 없는 감정이 ‘도와달라’는 호소임을 알아차립니다. 상대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관계 속에서 살고 또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걸 보여줍니다.

버림받고 실패하고 나약하고 불안한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인, 잘나지도 멋지지도 않은 이들이 공허 속에서 분투하는 이야기. 나를 포함해 대다수 사람의 불안이 이야기의 중심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위로가 됩니다. 작가가 건네는 연민의 시선은 결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격려이자 환대입니다.

우리를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건 시스템이지만 그 시스템에 맞서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은 서로를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조용하게 말합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삶에 대한 통찰을 품은 이야기들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건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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