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억울한 목소리를 찾아

국민의 억울한 목소리가 행정의 벽에 가로막혀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현실에 마주할 때면 문득 조사관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고충민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조정과 합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 주곤 했다
모든 민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걸음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었다.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 이동신문고가 강원지역과 충북지역에서 진행되었는데 대한행정사회가 공익행정사 몫으로 장국환 강원지방행정사회장을 추천해 상담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2015년 11월, 조사관 자격으로 이동신문고에 참여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주민들의 삶 속으로 직접 찾아가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했던 그날의 흔적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그 당시 이동신문고는 각 분야 전문가로 선발된 9명의 조사관과 진행요원으로 구성되었고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강원도 영월과 충북지역을 순회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서너 시간쯤 달리자, 동강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언론을 통해 접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천혜의 비경을 연출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오징어볶음을 먹었다. 은은하게 스며드는 맛이 하루의 피로를 잊게 했다. 늦은 밤 숙소 창밖으로 바라본 산자락은 고요했고, 드문드문 비치는 불빛은 영월의 밤을 더욱 정겹게 만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초겨울 보슬비가 창문을 적시고 있었다. 빗방울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또 다른 운치를 선사했다. 숙소를 나와 다슬기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국물이 혀끝에 닿는 순간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영월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은 맛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영월군청으로 향하는 동안 창가에는 보슬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마치 억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사연을 대신 전해 주는 듯했다. 동강의 물줄기 역시 우리를 반기는 듯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이동신문고는 영월군 회의실에 설치되어 있었고 우리가 도착하니 주민들이 하나둘 상담장을 찾기 시작했다.
첫 번째 상담인은 마을에 아동센터가 생긴 이후 불법주차 차량이 늘어나 교통사고 위험이 커졌다며 공영주차장 설치를 요청했다.
나는 관련 부서와 협의하고 현황을 검토하며 1년간 주정차 실태를 분석한 뒤 차량 증가가 확인된다면 다음 연도 사업에 반영하여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두 번째 상담인은 어린이집 주변이 지나치게 어두워 범죄 위험이 크다며 방범용 CCTV 설치를 요구했다. 사업비와 지원 제도를 검토하던 중 재난안전 관련 국비지원 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다음 연도 사업계획에 CCTV 설치를 반영하도록 합의를 이끌어 냈다.
고충민원은 단순히 법령을 검토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민원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사관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인지, 그리고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말이다.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나니 비로소 갈증이 밀려왔다. 종이컵에 있는 옥수수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한 차 한 잔은 마치 “수고했다”라는 국민의 격려처럼 느껴졌다.
점심은 곤드레밥을 먹었다. 청정 자연이 키워낸 식재료는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고, 영월이라는 지역의 따뜻한 정서를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이동신문고는 단순한 민원 상담 창구가 아니다. 행정이 국민을 찾아가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소통의 현장이다. 책상 위의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현장을 마주하고, 국민들의 고충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말로 이동신문고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월의 보슬비와 동강의 물소리,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상담장을 찾았던 주민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국민의 목소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귀를 기울이고 답을 찾으려 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또한, 전국 지자체에서 마을행정사 조례가 제정되어 공익행정사가 활성화되고 있으므로 ‘행정사법’ 제2조에 따라 행정사를 고충민원 대리인으로 지정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국민권익위원회 차원에서 조속한 검토를 통해 국민의 편익 증진과 권익보호에 이바지 하기를 기대해 본다.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