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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논쟁에서 이기는(?) 법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19 08:14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나는 경쟁심이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닙니다. 겨루던 상대에게 지더라도 내 실력이 모자랐거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쉽게 체념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틀린 정보를 근거로 주장을 펼치면 참지 않습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러다 보니 ‘깐깐하게 군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심지어 딸은 ‘설명충’이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논쟁은 승패와 상관없이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고 나의 고립을 자초하는 소모적인 행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많은 정보들이 노출돼 있고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시대에는 누군가를 논리로 압도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오래 전 책이지만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인간관계론》에서 데일 카네기도 “논쟁에선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만약 논쟁에서 진다면 패한 것이고 논쟁에서 이겼다 해도 패한 것이다.”고 했습니다. 상대의 주장이 허점투성이 정신 나간 얘기라는 걸 증명했다 해도 그 순간 잠깐 통쾌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상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열등감을 느끼며 앞으로는 나의 우군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살면서, 일하면서 논쟁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더 좋은 답을 찾기 위해선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게 맞습니다. 업무 파트너끼리 의견과 아이디어가 서로 다른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매번 의견이 같다면 둘 중 한 명은 불필요한 인력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논쟁도 지혜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논쟁의 목표를 ‘이기는 것’에서 ‘이해’로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려 하지 말고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배경을 파악하는 겁니다.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문하면 논쟁은 대화로 바뀝니다.

‘Yes, and…’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즉각적인 반박은 상대를 방어 모드로 무장시킵니다. 내 생각과 달라도 상대가 가진 정보 중에서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인정하는 겁니다. “그렇군요(Yes)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And) 내가 보기엔 또 이런 면도 있습니다.” 상대를 격파하는 게 아니라 대화의 틀 안에 상대와 나를 동등하게 위치시킵니다.

서로의 의견이 맞설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강박을 버립니다. 둘 다 모르는 새로운 진실을 찾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로 격상시키는 겁니다. “우리 둘 다 맞는 부분도 있고 또 놓친 부분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과 좀 더 넓는 관점에서 보는 게 어떨까요?” 상대를 ‘적’에서 ‘동료’로 바꾸는 순간 감정의 골은 얕아집니다.

자기가 말할 타이밍만 노리는 건 논쟁에서 도움이 안 됩니다. 이기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한 말을 요약해서 다시 들려주는 겁니다. “당신의 요지는 ~~라는 거지요?” 그러면 상대는 자신의 말이 정확하게 전달됐다고 느끼고 비로소 내 말을 들을 준비를 하게 됩니다.

논쟁이 ‘윈-윈’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상대가 자신의 가치를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에게 ‘당신을 이기려는 게 아니라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찾으려 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결국 논쟁에서 진짜 승리는 상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세계를 나의 세계 안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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