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논쟁은 승패와 상관없이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고 나의 고립을 자초하는 소모적인 행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많은 정보들이 노출돼 있고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시대에는 누군가를 논리로 압도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오래 전 책이지만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인간관계론》에서 데일 카네기도 “논쟁에선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만약 논쟁에서 진다면 패한 것이고 논쟁에서 이겼다 해도 패한 것이다.”고 했습니다. 상대의 주장이 허점투성이 정신 나간 얘기라는 걸 증명했다 해도 그 순간 잠깐 통쾌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상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열등감을 느끼며 앞으로는 나의 우군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살면서, 일하면서 논쟁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더 좋은 답을 찾기 위해선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게 맞습니다. 업무 파트너끼리 의견과 아이디어가 서로 다른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매번 의견이 같다면 둘 중 한 명은 불필요한 인력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논쟁도 지혜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논쟁의 목표를 ‘이기는 것’에서 ‘이해’로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려 하지 말고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배경을 파악하는 겁니다.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문하면 논쟁은 대화로 바뀝니다.
‘Yes, and…’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즉각적인 반박은 상대를 방어 모드로 무장시킵니다. 내 생각과 달라도 상대가 가진 정보 중에서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인정하는 겁니다. “그렇군요(Yes)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And) 내가 보기엔 또 이런 면도 있습니다.” 상대를 격파하는 게 아니라 대화의 틀 안에 상대와 나를 동등하게 위치시킵니다.
서로의 의견이 맞설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강박을 버립니다. 둘 다 모르는 새로운 진실을 찾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로 격상시키는 겁니다. “우리 둘 다 맞는 부분도 있고 또 놓친 부분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과 좀 더 넓는 관점에서 보는 게 어떨까요?” 상대를 ‘적’에서 ‘동료’로 바꾸는 순간 감정의 골은 얕아집니다.
자기가 말할 타이밍만 노리는 건 논쟁에서 도움이 안 됩니다. 이기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한 말을 요약해서 다시 들려주는 겁니다. “당신의 요지는 ~~라는 거지요?” 그러면 상대는 자신의 말이 정확하게 전달됐다고 느끼고 비로소 내 말을 들을 준비를 하게 됩니다.
논쟁이 ‘윈-윈’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상대가 자신의 가치를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에게 ‘당신을 이기려는 게 아니라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찾으려 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결국 논쟁에서 진짜 승리는 상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세계를 나의 세계 안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