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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탈종교화 시대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29 08:06

[신형범의 포토에세이]...탈종교화 시대
최근 본 소설 속 가족은 할머니와 부모님 모두 독실한 크리스찬입니다. 할머니는 묵상과 기도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엄마는 교도소로 열심히 봉사를 다닙니다. 문제는 그 경건한 믿음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극히 세속적인 모습입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저주의 기도를 하고 엄마는 어쩐 일인지 거꾸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상담을 받고 자기 가정을 위한 기도까지 받아내곤 합니다.

종교를 지극히 사적인 욕망과 속물성으로 오염시키는 이런 인물들을 보면서 낄낄거리다가도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신을 찾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종교의 숭고함과 성스러움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로병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동체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던 종교의 역할은 이제 수명을 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사람들은 신비와 기적보다 과학과 이성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대신 기상위성을 쏘아 올리고 자선과 배풂 대신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합니다. 그 과정에서 종교는 세계를 설명하는 절대적 권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지금 ‘다종교사회’인 동시에 종교가 없는 사람이 절반 넘는 ‘무종교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문명사적으로 보면 탈종교화는 세계적인 흐름이 된 것 같습니다. 기복과 형식에 머물던 ‘표층종교’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합니다. 욕망의 충족을 약속하는 종교가 아니라 ‘참된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심층종교’에서 그 필요성을 찾아야 할 듯싶습니다.

현대인을 종교는 없지만 영성은 있는 존재로 규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상이나 템플스테이, 순례길 열풍은 현대인이 ‘레거시’ 종교를 떠났을 뿐 영적 갈망은 여전하다는 방증입니다. 과학은 죽음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상실의 의미까지 답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사회제도는 개인의 권리와 안전을 담보하지만 상처 입은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지는 못합니다. 종교는 이제 교세와 형식에서 벗어나 지혜와 사랑의 공동체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절호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오늘 전등사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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