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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이게 팀이야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26 07:59

사진출처:경향신문
사진출처:경향신문
평소 축구를 즐겨 보진 않지만 월드컵 경기는 가능한 챙겨 보게 됩니다. 축구 강국들이 펼치는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어제 우리는 남아공과의 조별 예선에서 0:1로 졌습니다. 32강 토너먼트에 가려면 나머지 조 3위 팀 경기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돼버렸습니다.

나는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월드컵에 출전한 다른 나라들의 경기와 우리 경기를 비교하는 안목 정도는 있습니다. 이번에 특히 놀란 건 일본 축구입니다. 일본을 ‘라이벌’이라고 부르기에는 우리 축구는 너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일본은 이제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 맞대결하는 게 걸맞아 보입니다.

반면 한국축구 예선 세 경기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패스와 슈팅은 정확도가 떨어졌고 공격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은 뛰면서 공간을 만드는 게 기본인데 멀뚱히 서 있거나 어슬렁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개인 돌파가 시원한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조금도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공을 쉽게 빼앗기고 특히 공격은 전략도 창의성도 없었습니다. 백패스는 왜 그렇게 자주 하는지. 수비는 수시로 뚫려서 상대가 조금만 정교했다면 훨씬 많은 골을 먹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개인기, 전술, 조직력 모두 월드컵에 나가기엔 창피한 수준이라는 게 내 생각입니다.

그러면 한국 축구는 왜 강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걸까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려면 유소년 축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이기는 법, 상대를 괴롭히는 법, 버티는 법을 가르칩니다. 재능과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버티고 힘이 강한, 체격이 큰 선수를 선호합니다. 창의성보다 조직력, 공간 창출보다 몸싸움, 내용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도자는 결과를 내야 하고 부모들은 자식이 이기기를 원합니다. 전국대회 4강 정도 성적을 내야 축구 명문대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승리지상주의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이 지금 월드컵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열심히 뛰고 혼신을 다해 싸우지만 정교함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창의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답답하고 부산스러운 한국축구를 응원해야 하는 국민만 불쌍합니다.

드리블, 패스감각, 공간에서의 판단력, 운동장을 보는 시야 같은 것들이 종합된 창의력은 20세 전에 이미 틀이 갖춰집니다. 정신과 마음이 백지 같고 몸이 유연한 어린 시절에 익혀야 경기에서 실력으로 발휘됩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한국의 유소년들은 조직력을 강요받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훈련하는 건 조직력 강화가 전부입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사람을 탓하며 희생양을 찾는 것도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사람이 아닌 구조를, 대표선수가 아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려서 경기를 마음껏 자유롭게 경험한 유소년들이 자라서 조직력과 전술수행능력을 배우면 점점 강해집니다. 먹이사슬, 승자독식의 생태계, 결과만 따지는 탐욕, 자기성공에만 몰두하는 이기심을 버리지 않으면 일본축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축구는 1대1 싸움이 아닙니다. 상대가 따라올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과 몸을 이동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패스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며 드리블은 상대를 끌어내 균열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 모아 놓고 물통을 걷어차며 호통만 치는 리더십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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