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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직원이 아니라 경영자다

입력 2026-08-10 08:42

변화의 최대 장애물은 조직 밖이 아니라 경영자에 있다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엘앤에이(주)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엘앤에이(주)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 직원은 늘 경영자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 대표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큰맘 먹고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직원들이 도무지 쓰질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새로운 걸 싫어해요. 교육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이럽니다." 정말 그럴까?

직원들이 그 시스템을 외면한 진짜 이유는 새것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새 시스템에 결재를 올려봤자 정작 대표가 확인하지 않으니, 결국 예전처럼 종이 문서를 출력해 다시 들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변화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대표'에게 적응했을 뿐이다.

◆ 가장 큰 목소리로 변화를 외치는 사람
많은 경영자가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활용, 생산성 혁신, 조직문화 개선을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경영자 자신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원에게는 끊임없이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면서 교육 예산은 가장 먼저 삭감한다. 효율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스템 투자에는 소극적이며, '인재가 미래'라고 말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지출은 단순한 통제 비용으로만 취급한다.

이러한 모순에는 인간이 흔히 빠지는 인식의 함정이 숨어 있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 내부가 아닌 타인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다. "직원들이 안 따라온다"는 말은 참으로 편리한 변명이다. 변화 실패의 뼈아픈 책임을 자신이 아닌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변화가 유독 버거운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대기업처럼 혁신 전담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제적으로 투자할 자금 여력도 넉넉하지 않다. 당장 하루하루의 매출과 자금 흐름을 챙기기에도 숨이 벅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의 지속적인 학습과 태도가 더욱 중요해진다. 자원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결국 조직 전체의 역량과 방향성은 경영자의 시선이 닿는 곳까지만 확장되기 때문이다.

◆ 조직은 경영자의 시야를 넘어설 수 없다
시장의 변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데, 경영자는 여전히 몇 년 전의 과거 경험치로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고객의 니즈와 경쟁 환경은 판이하게 달라졌음에도 새로운 흐름에 대한 학습은 멈춰 있다. AI가 산업 생태계를 통째로 재편하고 있음에도, 본인이 직접 써보거나 치열하게 공부하기보다는 직원들에게 "알아서 활용하라"며 지시만 툭 던진다.

직원들은 이러한 리더의 민낯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 경영자가 배우지 않는데 직원이 자발적으로 배우려 할까. 경영자가 실패를 두려워하는데 직원이 과감하게 도전하려 할까. 경영자가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믿지 않는데, 어떻게 조직 전체가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답은 자명하다. 조직은 결코 경영자의 수준을 넘어 성장할 수 없다.

◆ 방향을 모르는 배에서는 아무도 노를 젓지 않는다
더 깊고 치명적인 문제는 소통의 부재에서 드러난다. 적지 않은 조직에서 직원들은 회사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은 극소수에게만 밀실에서 공유되고, 경영진의 의중은 늘 직원들의 불안한 '추측' 대상이 된다. 명확한 방향과 기준이 전달되지 않으니 조직 내부에 불안이 겹겹이 쌓이고, 이 불안은 이내 변화에 대한 완강한 저항으로 굳어버린다.

조직의 변화는 '신뢰'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서만 움직이며, 신뢰는 '투명한 소통'에서 싹튼다. 경영자가 현재 회사가 처한 냉혹한 상황을 솔직하게 열어 보이고, 왜 우리가 지금 반드시 바뀌어야만 하는지 끊임없이 설명하며, 가야 할 방향을 거듭 공유할 때 비로소 직원은 변화의 진짜 의미를 가슴으로 이해한다. 목적지도 방향도 모르는 배에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노를 저을 선원은 단 한 명도 없다.

◆ '유연한 경영'이라는 이름의 불공정
혁신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애물은 '원칙 없는 예외'다. 번듯한 사내 규정은 존재하지만, 그 적용은 리더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특정인에게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하고, 특정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인사 평가 기준이 수시로 뒤바뀌고 핵심 결정의 원칙도 오락가락한다.

경영자 스스로는 이를 상황에 맞는 '유연한 경영'이라 자위할지 모른다. 그러나 직원이 느끼는 감각은 전혀 다르다. 원칙 없는 예외는 결국 조직을 병들게 하는 '불공정'으로 읽힌다.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면 신뢰가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신뢰가 사라진 조직에서 변화의 동력은 그 즉시 멈춰 선다.

◆ 문화는 슬로건이 아니라 리더의 하루다
건강한 조직문화는 결코 사무실 벽에 붙은 거창한 구호나 슬로건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영자가 매일 아침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그것이 축적되어 곧 조직의 문화가 된다. 학습을 강조하고 싶다면 경영자부터 책을 펴고 공부해야 하며, 혁신을 요구한다면 경영자부터 낯설고 새로운 방식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

소통을 말한다면 경영자부터 정보에 투명해야 하고, 공정을 내세운다면 경영자 스스로가 세운 원칙에 가장 먼저 얽매여야 한다. 직원은 경영자의 말과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뒷모습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직 변화의 진정한 출발점은 외부 강사를 불러들이는 '직원 교육'이 아니라, 거울 앞에 선 '경영자 자신의 뼈깎는 변화'다. 고도화된 AI 시대에도, 숨 가쁜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도, 결국 거대한 조직을 묵묵히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은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뜨거운 리더십이다. 그리고 그 리더십의 본질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묵직한 '행동'에 있다.

진정으로 조직의 변화를 갈망하는 경영자라면,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지금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나 스스로 솔선수범하여 실천하고 있는가." 이 서늘한 질문에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조직의 진짜 변화가 태동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직원들은 '변화 그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정작 본인은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서 맹목적으로 변화만을 요구하는 위선적인 경영자'에게 저항할 뿐이다.

결국 한 조직의 미래는, 경영자가 먼저 치열하게 배우고, 먼저 뼈를 깎아 바꾸며, 먼저 앞장서서 실천하는 딱 그 깊이와 넓이만큼만 앞으로 나아간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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