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선물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다르다

추석을 앞두고 한 중소기업 대표가 말했다. “올해는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습니다. 작년보다 예산도 30% 늘렸어요. 좋은 한우 세트로 준비했습니다.”
대표에게는 단순히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었다. 올 한 해 함께 고생해 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직원들에게만큼은 아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보다 예산을 늘리고, 직접 선물을 고르며 ‘이 정도면 직원들도 좋아하겠지’ 하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했다. 왜일까?
대표는 분명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선물을 준비했다. 하지만 대표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주고 싶은 선물과 직원이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은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 좋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은 다르다
선물을 고르는 회사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거래처에서 평이 좋은 제품, 포장이 반듯한 제품, 회사의 품격을 보여주는 제품,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이 많이 선택하는 제품이다.
직원의 판단 기준은 다르다. 내가 실제로 쓸 것인가. 우리 가족이 좋아할 것인가. 집에 이미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는가.
두 기준이 겹칠 때도 있지만 늘 같지는 않다. 회사는 얼마짜리를 주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원은 무엇을 받았는지를 기억한다.
명절이 끝나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각종 선물 세트가 쏟아진다. 직원들이 회사의 고마움을 몰라서가 아니다. 주는 사람의 기준과 받는 사람의 기대가 어긋났다는 결과일 뿐이다.
◆ 한 번 더 생각하는 데서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예산을 더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예산, 같은 품목이라도 직원이 느끼는 만족은 달라질 수 있다.
차이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장이 선물을 고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했는가이다. 한 번 더 생각한다는 것은 이런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이 선물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스무 명의 직원 중에는 네 식구의 가장도 있고, 혼자 사는 사람도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구성한 냉장 식품 세트가 어떤 직원에게는 반가운 선물이지만, 다른 직원에게는 보관하기도, 소비하기도 부담스러운 선물이 될 수 있다.
“이 선물은 언제,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연휴를 앞둔 퇴근길에 사무실에서 선물을 나눠준다면 어떨까. 직원은 무거운 상자를 들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할 수도 있다. 며칠 앞서 집으로 배송한다면 같은 선물이 번거로운 짐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이 선물을 어떻게 전하면 마음이 더 잘 전달될까?”
총무팀이 직원 책상에 선물 상자 하나씩 올려놓는 것과, 대표가 직접 준비한 선물에 짧은 감사의 말을 덧붙이는 것은 같은 물건이라도 느낌이 다르다.
이 세 가지를 생각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추가 예산이 아니라 잠시 멈춰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가 품목과 단가를 정하는 데는 며칠을 고민하면서도, 정작 ‘우리 직원에게 이 선물이 정말 반가울까?’라는 질문에는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는다.
◆ 때에 맞춰 내리는 비
『맹자』에 시우(時雨)라는 말이 나온다. 때맞춰 내리는 비다. 맹자는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다섯 가지 방법 가운데 첫째로 ‘때맞은 비가 초목을 자라게 하듯 하는 것’을 꼽았다.
비는 많이 내린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너무 이르면 씨앗이 떠내려가고, 너무 늦으면 이미 말라 있다. 필요한 때 내리는 비만이 고마운 비가 된다.
선물도 그렇다. 값이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니며, 포장이 화려하다고 받는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건네는 것. 그것이 진짜 선물의 가치다.
시우(時雨)의 이치는 명절 선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얼마나 비싼 것을 주었느냐보다, 상대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을 제때 건넸느냐가 더 중요하다.
◆ 선택권은 가장 현실적인 배려다
한 번 더 생각한 회사가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답이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한우 세트와 상품권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회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이 받는 것은 단순히 선물 하나가 아니다. ‘회사가 내 상황을 생각해주었구나’라는 배려의 마음이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직원은 식품을 선택하고, 혼자 사는 직원은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고르는 수고를 직원에게 떠넘기는 일이 아니다. 대표가 스무 명, 백 명의 직원이 처한 상황을 모두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가 정답을 정해주는 대신 직원에게 선택할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런 작은 차이를 생각보다 정확하게 알아챈다. 선물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얼마나 생각했는가’이기 때문이다.
◆ 선물이 전하는 마음
명절 선물은 단순히 물건 하나를 건네는 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회사가 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긴다.
“올해도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따뜻하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이런 마음이 함께 전달된 선물은 가격표보다 오래 기억된다. 반대로 아무런 설명이나 메시지 없이 직원들의 책상에 놓인 상자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그저 회사에서 나눠준 선물 하나로 남기 쉽다.
직원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한우의 등급이나 선물의 가격만이 아니다. ‘회사가 나를 생각하고 준비했구나’라는 느낌이 있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표도 직원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원래 준비했던 선물을 그대로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명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방식을 바꿨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반영하기 위해 선물 품목을 늘려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고, 무거운 선물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연휴 전에 각자의 집으로 배송하도록 했다. 여기에 대표의 짧은 감사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예산을 더 늘린 것도 아니었다. 직원들의 반응을 보고 ‘무엇을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반갑게 받을 수 있을까’를 다시 생각한 것이다.
달라진 것은 선물의 가격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생각을 선물에 담은 방식이었다.
이번 추석, 무엇을 줄지 정하기 전에 잠시 멈춰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 직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 하나가 선물을 달라지게 한다.
때에 맞춰 내리는 비가 가장 고맙듯이, 좋은 선물은 반드시 값비싼 선물이 아니다.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마음을 담아 건네는 선물이다.
bjlee@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