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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내 인생의 모든 계절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9-21 08:13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내 인생의 모든 계절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봄

여름은 열 게 많아서 여름

내 안쪽으로도 문을 여는 여름

가을은 갈 게 많아서 가을

씨앗 하나만을 품고 다 보내주는 가을

겨울은 겨우 살아서 겨울

벌거벗은 힘으로 뿌리를 키우는 겨울

그러니 내 인생의 봄 가을이 모두 다 희망

길어진 여름 겨울도 모두 다 감사

박노해 시인의 《내 인생의 모든 계절》입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대한민국은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 아름다운 나라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도 이 말이 유효할까, 라고 생각하면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변화 또한 종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노해의 이 시를 읽으면 ‘뚜렷한 사계절’을 믿고 싶어집니다. 올해도 계절 네 개 중에 두 개를 보냈고 세 번째 계절을 지나는 중입니다. 볼 게 많았던 봄,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나요? 너무 더워서 열 수밖에 없었던 지난 여름, 마음의 문도 활짝 열었나요? 갈 것이 많아서 가을이라는데 무엇을 품고 또 무엇을 보내실 건가요? 미처 보지 못한 것들, 미처 열지 못한 것들, 미처 보내지 못한 것들, 혹시 아쉽거나 안타깝진 않으신가요? 곧 닥쳐올 겨울도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낼 건가요?

시인은 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화려함에 눈이 끌리지만 진짜 봄의 가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보이지 않지만 품고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내면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여름은 어떤가요,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나아가는 계절이지만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안쪽으로도 문을 여는’ 성숙함을 주장합니다.

모든 것을 얻을 것 같지만 가을은 비움의 계절입니다. ‘씨앗 하나만 품고 다 보내주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것을 내려 놓고 떠나보내는 지혜를 영글게 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겨울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삶을 지탱해 준 것은 찬란함 봄볕이 아니라 시린 추위 속에서도 땅 속 깊이 박혀 있던 뿌리였습니다. 막막했던 계절을 홀로 견뎌내며 키워 온 내면의 힘입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말합니다. ‘내 인생의 모든 힘든 날들이 다 희망이었다’고. 꽃 피는 봄, 가마솥 같은 여름, 아낌 없이 비우는 가을도, 시리도록 추운 겨울까지 결국은 온전한 삶을 이루기 위해 거쳐가야 할 소중한 계절들이라고. 참, 사진은 서울 문래동에서 찍었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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