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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절약한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1-06 07:03

자료출처=한국은행
자료출처=한국은행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누구나 인공지능 툴 한두 개쯤은 사용하는 시대입니다. 특히 GPT-6 아스트라 같은 걸 써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사람에게 부탁하던 지적인 업무를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쌓아둔 곳이었습니다. 해당 기업과 관련한 법률지식은 법무팀에, 기술은 R&D에 모여 있습니다. 회사의 조직도는 곧 전문지식의 지도였습니다.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지식이 필요하면 해당 부서에 요청하고 기다리고 회의해서 조정했습니다.

그런데 AI가 이 구조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사원 한 명이 AI를 사용하지 않는 직원 서너 명과 대등한 성과를 냅니다. AI가 없을 때 생산부서에서는 기술과 생산적 입장을, 영업부서에서는 영업적 고충을 두고 갈등을 벌였는데 AI를 사용하자 두 집단의 주장이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전문가를 없앤 것이 아니라 다른 전문성에 접근하는 시간과 비용을 낮춘 것입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기존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준 것은 사실입니다. 작년 통계이긴 하지만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평균 8시간 정도 줄었다고 하니 지금 조사하면 업무시간의 감소 폭은 훨씬 커졌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AI 덕분에 퇴근이 한두 시간 빨라졌다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엔 없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아껴준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요. AI가 없다면 며칠은 걸렸을 일을 몇 시간 만에 뚝딱 해치웁니다. 출근길 차에서 AI와 대화하면서 오늘 할 일을 점검하고 중요한 이슈들을 브리핑 받습니다. 퇴근하면서 자료 조사를 시켜두고 밤에 도착한 결과를 확인한 다음 수정이 필요하면 다시 일을 시키기도 합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AI가 나의 업무시간과 업무영역의 제약도 없애버렸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AI가 노동강도를 오히려 더 높였다는 연구서가 심심찮게 보고됩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직원일수록 일의 속도가 높아진 대신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근무시간까지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AI로 아낀 시간은 여유가 아닌 남은 사람들의 업무량 증가로 나타나는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일을 빨리 끝내고 쉬는 게 아니라 영역이 확장되면서 오히려 더 오래 일하게 된 것입니다.

AI로 효율화한 결과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성과의 몫이 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으로 돌아온다면 AI가 아껴준 시간의 효과를 체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이 아닙니다. 당장 나타난 결과는 채용 감소입니다. 상대적으로 해고가 어려운 한국에선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시간효율을 가져다 주지만 그 절약한 시간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게 할지는 정해주지 않습니다. 기술이 아껴준 시간을 누가, 어떻게 누릴지를 이제부터라도 따져봐야 합니다. 또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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