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 파 등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아파트 관리비 및 보험료 등 개인서비스 인상, 국제유가 상승 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파 가격이 1년 전보다 300% 넘게 치솟으며 26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등 장바구니 물가를 강하게 압박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100)으로 1년 전보다 1.5% 상승하며 2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1.5%)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부터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4월(0.1%) 0%대로 내려앉더니 5월(-0.3%)에는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6월(0.0%) 보합을 보인 후 7월(0.3%)부터는 9월(1.0%)을 제외하고 0%대 상승률을 이어오다가 올해 2월(1.1%)부터 2개월째 1%대를 유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심리 개선 등 수요 측면과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 측면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지난해 4~5월 낮았던 물가에 대한 기저효과 영향도 앞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3.7% 상승하며 전체 물가에 1.08%포인트(p) 기여했다. 채소류 가격이 전년보다 18.8%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도 19.2% 상승했다.
특히 긴 장마와 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로 파 가격이 305.8%나 급등했다. 농민들이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에 반대해 농수산물 거래를 거부하며 파동이 일었던 1994년 4월(821.4%)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다만 이달부터는 파 가격이 안정될 거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밖에 사과(55.3%), 고춧가루(34.4%) 가격도 올랐다.
국산 쇠고기(11.5%), 돼지고기(7.1%) 달걀(39.6%) 등의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10.2% 상승했다. 수산물도 1.8% 올랐다.
공업제품은 0.7% 상승하며 지난해 3월(1.3%) 이후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휘발유(1.8%), 경유(0.7%), 자동차용 LPG(2.8%) 등 석유류 가격이 1.3% 상승했다. 지난해 3월(6.6%) 이후 1년 만에 오름세를 회복한 셈이다. 도시가스(-10.3%), 전기료(-2.1%), 지역 난방비(-2.6%) 등이 내려가면서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5.0% 하락했다.

서비스물가는 전년보다 0.7%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의 고등학교 무상정책 등으로 고등학교 납입금(-100%)이 줄면서 공공서비스는 2.0% 내렸으나 개인서비스가 1.8% 올랐다. 특히 구내식당식 사비(3.9%), 생선회(5.8%) 등이 증가하면서 외식 물가가 1.5% 상승했다. 2019년 8월(1.7%)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공동주택관리비(5.7%), 보험서비스료(8.1%) 등으로 외식 외 물가도 2.0% 상승했다.
집세도 1.0% 상승하며 2018년 2월(1.0%)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전세는 2018년 6월(1.4%) 이후 최대 상승률인 1.4%, 월세도 2014년 11월(0.6%) 이후 6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인 0.6%를 기록했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상승 폭은 지난해 3월(1.8%) 이후 최대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상승하며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0% 상승하며 4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2019년 2월(1.1%) 이후 2년 1개월째 0%대를 유지 중이다.
어운선 심의관은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정상적으로 경기회복이 되면서 완만히 상승하는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는 게 물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소비심리 개선, 유가 상승, 지난해 물가 기저효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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