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와 가족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굴곡의 60년 인생
구자룡 저, 오카시오 출간
![[화제의 신간] 마지막 황제 푸이와 다섯 여인](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6211603430524746a9e4dd7f21814418485.jpg&nmt=30)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 이후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망할 때까지 약 2100여년 중국 역사에서 황제를 칭한 인물은 500여명에 이른다. 마지막 황제가 선통제(宣統帝) 푸이(溥儀)였다.
이 책은 푸이의 삶과 인간적 면모를 자서전과 측근의 기록 등을 통해 조명했다. 푸이와 인연을 맺었던 다섯 명 여인의 각기 다른 삶 등 푸이 60년 인생의 굴곡을 되짚어봤다. 푸이가 태어난 순친왕부(醇親王府), 황제로 살았던 베이징 쯔진청(紫禁城), 궁에서 쫓겨난 뒤 만주국 황제로 가기 전 7년간 머물렀던 톈진(天津)의 별장,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뀐 창춘의 위만주국 황궁 그리고 유골이 안치된 허베이(河北)성 묘지 등을 둘러보며 중국 이곳 저곳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을 추적했다.
푸이에 관한 책은 국내에도 여러 종 나와 있지만 그가 세 살에 황제에 오르기 전부터 허베이성 이현(易縣)의 공원묘지에 잠들기까지 전 생애를 소개하는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더욱이 황제에서 죄수, 평민으로 바뀐 삶의 고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삼촌 동생 조카 부인 등 가족과 태감(환관) 그리고 푸이 자신의 자서전 등을 통해 본 푸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것은 없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눈길을 끈다.
1부 ‘황혼의 제국’은 황제에 오른 후 쫓겨나는 과정까지를 다룬다. 청말 최고 권력자 자희태후(서태후)가 어떻게 최고 권력에 오르고 왜 푸이를 황제에 낙점했는지부터 시작된다.
2부 ‘괴뢰 황제’는 만주국 괴뢰 황제를 했던 죄악의 기록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14년간 죄수 생활을 하며 황제 물을 빼고 개조되는 모습을 전한다. 푸이는 만주국 괴뢰 황제가 되어 일본의 중국 침탈에 적극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음모과 계략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푸이 자신도 일본 세력을 등에 업고 망한 청나라의 영광을 재현해 보겠다는 헛된 꿈을 꾼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푸이의 내면 의식의 흐름이 책의 전편에 걸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제3부 ‘베이징 시민 푸이’는 그가 베이징으로 돌아와 평민으로 살았던 8년 및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부인과의 삶 등을 전한다. 마오쩌둥의 신중국이 ‘마지막 황제’ 푸이를 왜 보호하고 개조했는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신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선전을 위해 개조되어 사회주의에 감사를 표시하는 ‘전직 황제 푸이’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1967년 10월 푸이는 사망했으나 중국에서 황제는 사라졌나. 미국의 중국 전문가 해리슨 솔즈베리는 1993년 ‘새로운 황제들’이라는 책에서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이 평등을 이념으로 한 신중국에서 사실상 새로운 황제로 부활했다고 전했다. 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집권한 뒤 2년 뒤 시사주간지 타임은 'Emperor Xi(시 황제)'라는 커버스토리 기사를 실었다. 이 책은 황제의 잔영이 가시지 않은 중국에서 진짜 마지막 황제는 어떻게 왔다 갔는지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지은이 구자룡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과학부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오피니언팀 등을 거쳤다. 2005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에 1년 연수한 뒤 2008년과 2014년 두 차례 베이징 특파원에 부임해 각각 3년 4개월씩 근무했다. 2019년 1월부터 동아일보 논설위원,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 ‘중국에서 못다 한 북한 이야기’(2020), ‘바이든 시대 전문가 진단, 기로에 선 북핵’(공저·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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