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천만 영화의 흥행 조건](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32708262409830046a9e4dd7f220867377.jpg&nmt=30)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명제에 비춰 보면 한국영화에서 ‘천만 관객’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당시 사람들의 무의식이 선택한 ‘집단적 투표’의 결과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다시 보자는 ‘회고’가 아니고 현재 발 딛고 사는 현실에서의 결핍이나 시대정신을 과거의 서사로 보상받으려는 대중의 갈망이 표출된 것이기도 합니다.
우선 《왕과 사는 남자》를 보면, 조선왕조에서 단종의 비극은 이미 소설과 드라마 등으로 여러 차례 각색돼 너무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 영화평론가는 한 줄 평에 ‘관객으로 들어갔다 백성이 되어 나왔다’고 썼습니다. 또 ‘오백 년 만에 전 국민이 단종의 장례식을 치른 것 같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이 영월 백성들과 함께 밥 먹고 어울리고 그들을 지키려는 모습에 관객의 마음이 움직인 것입니다.
관객은 백성의 편에 서서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단종을 역사 속 비운의 왕이 아니라 자신들의 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재작년 ‘12.3 내란’을 실시간으로 경험한 관객들이 영화에서 성공한 쿠데타를 상징하는 거대한 체구의 위압적인 한명회와 그 앞에서 죽어간 사육신과 단종의 처참함을 보면서 ‘그날의 계엄’이 성공했더라면’이라는 오싹한 가정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최다 관객을 동원한 2014년 영화 《명량》도 비슷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통렬한 승리의 역사로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개봉 몇 개월 전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습니다. 리더의 중요성, 리더의 부재가 불러온 위기에 대한 강력한 공감대가 대중들 사이에 형성되었습니다. 마침 이 시점에 《명량》이 개봉됐고 당시 사람들에게 결핍된 ‘참리더의 모습’을 이순신 장군이 채워주었던 것 같습니다.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효율과 성장을 강조하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중은 피로감을 느꼈고 사람 냄새 나는 리더에 대한 향수가 그리웠습니다. 수치(Data)가 아닌 마음을 읽어주는 리더십을 왕의 대역인 천민 하선으로부터 느꼈습니다. 실리보다 명분을 앞세우던 정치권에 대한 냉소와 백성의 고통에 눈물 흘릴 줄 아는 공감형 리더에 대한 열망이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습니다.
2005년은 노무현 정부 중반으로 한국사회는 권위주의 타파와 서민적 가치가 부상하던 시기였습니다. 동시에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갈등이 고개를 들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성역 없는 비판과 자유로운 자기표현에 대한 욕구를 표출한 영화가 절대권력을 조롱하고 웃음을 소재로 삼은 영화 《왕의 남자》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에 대한 갈증이 투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역사는 앞서 살아간 이들의 삶을 기록으로 살피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사극을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를 봅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을 과거 역사에서 빌려와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결코 반복돼선 안 될 실수를 찾고 지금 해야 할 일들을 자문해봐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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