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이나 공직자, 흔히 공인이라는 사람의 말은 이제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박제되고 공유됩니다. 뱉은 말들은 주워 담기는커녕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비하와 혐오를 담은 정제되지 않은 말일수록 설화를 일으키고 사달이 납니다.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그 말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마음에 와 닿는 말보다 하지 말아야 했을 말이 너무 많은 요즘입니다. 특히 AI시대에는 글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은 지난 학기부터 학생들이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 강사와 직접 대화하는 20분짜리 구술시험을 추가로 치릅니다. 과제에 대해 강사가 질문하고 학생은 대답하는 소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입니다. 실제로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아는 것을 말로 조리 있게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대학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글쓰기나 코드 작성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쉽고 빠르게 하다 보니 AI로 대체할 수 없는 ‘말하기’가 성과를 측정하는 평가 수단이 된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구술시험이 부활하고 기업이나 스타트업 투자평가 때는 원격 심사 대신 대면 심사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덕분에 가치가 올라간 것이 ‘말’입니다. 자신이 쓴 글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고 개념을 쉬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능력이 됐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텍스트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지만 목소리와 표정이 실린 대화는 맥락을 조작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법조계나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가 작성한 답변서 대신 ‘직접 소명’의 가치가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완벽한 문장보다 조금 머뭇거리더라도 ‘나의 생각’이 담긴 진실된 말을 더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글은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지만 말은 뱉는 순간 ‘책임’이라는 시간 속에 박제됩니다. 모든 정보가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때 오프라인 상에서 행해진 ‘말’이 유일한 진본(Authenticity)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말이 점점 더 중요하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한 사과의 말도 그런 면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성과 사과를 전하는 말은 깔끔하고 단정했는데 사과문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훈계조의 주장과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는 바람에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만들었습니다. 진짜 그게 본인의 진심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