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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요즘 대학에서 사라지는 것 – 2

입력 2026-04-10 08:39

[신형범의 千글자]...요즘 대학에서 사라지는 것 – 2
어제에 이어 두 번째 대학 이야기입니다. 요즘 대학에서 영향력이 별로 없고 활동도 예전만 못하거나 하더라도 존재감이 떨어지는 게 바로 총학생회입니다. 한국 대학에서는 재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가 바로 총학생회인데 학생들의 자치기구입니다. 보통은 줄여서 ‘총학’이라고 부릅니다.

총학생회의 임무는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고 학교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운영, 복지, 행사, 사업 등 학교와 학생들의 활동과 관련해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합니다. 총학회장을 비롯해 임원들은 학생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합니다.

그동안은 한국사회의 특성상 총학생회는 학생조합으로서의 본래 의미와 기능보다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정치투쟁 활동이 부각됐고 이 때문에 한때 ‘운동권’이라는 말과 동일시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980년 5월 서울역광장 민주화 시위대 10만 명의 해산, 이른바 ‘서울역 회군’을 결정한 것도 주요 대학 총학생회였습니다. 엄혹하던 시절 대학 총학생회는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었고 총학생회장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학교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존재감이 컸습니다. 졸업 후에는 비싼 몸값으로 정치권으로 ‘영입’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지난해와 올해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한 학생이 한 명도 없어 선거조차 치르지 못했습니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총학생회장 없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근근이 꾸려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총학생회가 존립 위기에 놓인 건 시대 변화에 걸맞은 역할과 정체성을 찾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대학진학률이 30%도 안 되던 시절에는 대학생이 지식인으로서 사회변혁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학교 밖 문제로 이슈를 만들거나 트렌드를 바꿀 역량이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이 남았지만 등록금, 주거, 취업 같은 현실적 문제 앞에서 총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그닥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존재감이 낮습니다. 또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구성원 간의 연대감이 약해지면서 학생회 활동 대신 학점을 따거나 스펙을 쌓는 게 낫다는 분위기입니다. 거기다 총학 운영을 위한 학생회비 납부율이 낮아 재정여건도 안 좋습니다. 독재정권과 정면으로 맞섰던 총학은 이제 대학과 협의조차 제대로 못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다간 총학 없이 이메일로 학교에 의견을 내고 축제는 별도 위원회가 담당하는 형태로 진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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