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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전쟁과 AI의 시대, 리더는 ‘전조등’이 되어야 한다

입력 2026-04-27 07:50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전조등은 길을 만들지 않는다. 보이지 않던 길을 드러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도 이와 같다.

2026년, 세계는 동시다발적 충격 위에 놓여 있다. 이란-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은 호르무즈 해협을 흔들어 에너지와 해상 물류를 인질로 잡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 시나리오와 재편 시나리오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유럽 안보 지형을 재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와 미-중 반도체·AI 패권 경쟁이 한국 기업의 공급망을 직격하고, 에이전틱 AI(Agentic AI, 사람의 일일 지시 없이 목표만 주면 스스로 판단·실행하는 인공지능)의 본격 상용화는 조직도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전쟁이 물리적 공급망을 끊는다면, AI는 지식 가치사슬(knowledge value chain)을 재편한다. 이 중첩된 혼돈 속에서 과거의 데이터는 더 이상 미래의 지도가 되지 못한다. 이럴 때 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앞을 비춰주는 리더십이다.

◆ 계획의 시대는 끝났다…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
과거의 경영은 '계획과 실행'의 구조였다. 분기마다 핵심성과지표(KPI)를 세우고, 연간 계획을 분해해 실행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쟁, 관세, 금리, 기술 혁신이 동시에 움직이는 환경에서 '완벽한 계획'은 환상이 되었고, 유연한 시나리오만이 실재한다.

리더의 역할도 바뀌었다. '정답 제시자'가 아니라 '방향 제시자'다.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시나리오를 열어 보이고 조직이 어느 쪽으로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 이것이 '전조등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 리더는 무엇을 비춰야 하는가?…통찰·예지·소통
전조등 리더십의 핵심 역량은 세 가지다. 통찰력(Insight)·예지력(Foresight)·소통력(Communication).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리더는 단순 관리자에서 방향을 비추는 존재로 바뀐다.

통찰력은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읽는 힘이다. 관세 한 줄, AI 모델 업데이트 한 건이 우리 사업의 어느 관절을 건드리는지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지력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그리는 힘이다. 단 하나의 미래가 아니라 두세 개의 분기(分岐)된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두는 능력이다.

소통력은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전하는 힘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조직은 위축되고, 투자를 미루고, 결정을 늦춘다. 이때 리더가 해석과 방향을 말로 꺼내야 구성원들이 다시 움직인다.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고정된 전략보다 '피벗(Pivot) 능력'
전조등은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방향을 바꾼다. 리더십도 동일하다. 고정된 5개년 전략은 이제 족쇄가 되기 쉽다. 빠르게 수정하고 유연하게 틀어주는 능력, 즉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조정이 경쟁력이다.

이미 앞서간 기업들은 움직이고 있다. 관세 리스크를 6개월 전 시나리오에 담아 생산거점을 분산한 제조사, AI 에이전트 도입을 '비용 절감'이 아닌 '의사결정 속도' 관점에서 재설계한 금융사. 이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조명이라도 먼저 켜고 움직였다.

전쟁과 기술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더의 역할도 명확해진다. 모든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앞을 비추는 사람. 조직의 속도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리더가 얼마나 명확하게 미래를 비추느냐에 달려 있다.

리더십의 본질은 어둠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이 되어 나아갈 길을 비추는 데 있다.
당신의 조직은 지금, 어디를 비추고 있는가?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 이재연 박사 프로필 :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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