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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레디코어(Ready-core) 세대

입력 2026-04-28 07:59

[신형범의 千글자]...레디코어(Ready-core) 세대
요즘은 갑자기 야구가 보고싶다고 야구장에 가서 입장티켓을 사려고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입장권을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웬만한 영화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상해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걸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 노트북에는 노션(Notion) 잔디(JANDI) MS팀즈 같은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소통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기본으로 하나 이상 깔려 있습니다. 수업내용 정리부터 주.월간계획, 운동기록, 독서계획까지 일상의 모든 데이터가 한 화면에서 정리, 관리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MZ들에게 계획과 준비는 하나의 생존방식입니다.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치밀한 준비와 예행연습을 통해 미래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해 통제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또 ‘자기주도학습’ 세대라는 배경도 한몫합니다. 어려서부터 내재화한 ‘선행능력’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인생 전체를 경영하는 데 적용하려는 것이지요.

이처럼 계획과 준비를 삶의 핵심가치로 삼는 트렌드를 ‘레디코어(Ready-core)’라고 하는데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6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처음 소개했습니다. 사전 계획은 공부와 업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운동도 과거엔 ‘하루 1만보 걷기’ ‘매일 30분 러닝’처럼 단순 목표에 그쳤다면 요즘은 ‘3개월 뒤 10km 완주’ 같은 목표를 세우고 남은 시간을 역산해 주차별 거리와 강도를 계획하는 프로젝트로 바뀌었습니다. 즉흥적 활동이던 운동이 데이터 기반의 중장기계획이 된 것입니다.

노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기 공연과 축제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고 맛집이나 팝업스토어 역시 예약 없이는 입장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MZ들은 가고 싶은 맛집, 전시 같은 것들을 미리 수십 개씩 저장하고 일정을 선점합니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이 팝업, 디저트, 꽃집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런 수요를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레디코어는 특히 자산 형성 분야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2030들은 부동산 스터디를 통해 이론으로 무장하고 ‘임장’을 포함한 실무형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사회 초년생부터 연금저축이나 IRP 등 장기금융상품에 가입합니다.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야 유리하다는 걸 학습을 통해 익혔기 때문입니다.

결국 레디코어는 단순한 계획 수립을 넘어 미래의 조건을 예측해서 학습하고 환경을 설계하는 자기주도적 대비까지 포함합니다. 이런 준비가 개인의 장기적 생존력과 적응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지요. 준비가 곧 역량이고 예측가능성이 안심이 되는 시대에 레디코어는 소비시장을 넘어 개인의 삶을 설계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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