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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싸워서 이겨야 할 만큼 중요한 일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5-25 07:58

JTBC 캡처
JTBC 캡처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결혼은 이야기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집니다. 이야기 끝에 오면 대개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결혼이 이야기의 시작점에 있으면 갈등이나 앞으로 벌어질 비극적인 사건, 결혼에 따른 불온한 감정 등이 펼쳐집니다. 결국 결혼은 희극과 비극의 소재로 모두 쓰이지만 대중은 대체로 다른 사람의 불행한 결혼이야기에 더 끌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혼과 관련한 갈등 상황, 이혼 후 생활 등을 내세운 TV프로그램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혼숙려 캠프》 《돌싱글즈》 《나는 솔로》 《이제 혼자다》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이게 다 최근 방영 중인 이혼을 둘러싸고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부부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싸우지 않고 사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아무 갈등 없이 사는 건 오히려 위험하다는 징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부부간에도 때로는 건강한 싸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서로를 포기한 채 휴전 상태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의견 차이가 생기고 이를 조정해야 하는데 싸움이 없다는 건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으로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합니다. 싸우지 않는다는 건 곧 상대에게 기대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부간에 이견이 생기고 문제가 있을 때 대화를 중단하기보다 다투는 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고 서로 이해하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스킬이 늘고 신뢰는 단단해집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혼하는 부부들은 파탄의 원인을 주로 성격차이로 들지만 세상에 성격이 같은 건 고사하고 엇비슷한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성격차이가 아니라 서로 간에 존중이 없는 게 진짜 이유입니다.

오늘은 대체휴일이라 일기를 쓰지 않는 날이지만 마침 우리 부부의 33번째 결혼기념일이어서 몇 글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부부싸움과 관련한 재밌는 얘기 하나 덤으로 붙입니다.

한 부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허구한날 싸움을 벌입니다. 그런데 싸웠다 하면 남자는 판판이 깨집니다. 늘 싸움을 지켜본 중학생 아들이 하루는 답답하다는 듯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엄마랑 왜 싸워요, 맨날 지면서?” “니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잘 보면 아빠가 항상 지는 건 아냐. 진짜 중요한 일은 절대 지지 않아.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내가 다 져주는 거야.” “중요한 일이 뭔대요?” “살아 보니까 여자랑 싸워서 이겨야 할 만큼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은 별로 없더라.”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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