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인지 요즘 이혼과 관련한 갈등 상황, 이혼 후 생활 등을 내세운 TV프로그램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혼숙려 캠프》 《돌싱글즈》 《나는 솔로》 《이제 혼자다》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이게 다 최근 방영 중인 이혼을 둘러싸고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부부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싸우지 않고 사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아무 갈등 없이 사는 건 오히려 위험하다는 징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부부간에도 때로는 건강한 싸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서로를 포기한 채 휴전 상태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의견 차이가 생기고 이를 조정해야 하는데 싸움이 없다는 건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으로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합니다. 싸우지 않는다는 건 곧 상대에게 기대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부간에 이견이 생기고 문제가 있을 때 대화를 중단하기보다 다투는 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고 서로 이해하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스킬이 늘고 신뢰는 단단해집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혼하는 부부들은 파탄의 원인을 주로 성격차이로 들지만 세상에 성격이 같은 건 고사하고 엇비슷한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성격차이가 아니라 서로 간에 존중이 없는 게 진짜 이유입니다.
오늘은 대체휴일이라 일기를 쓰지 않는 날이지만 마침 우리 부부의 33번째 결혼기념일이어서 몇 글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부부싸움과 관련한 재밌는 얘기 하나 덤으로 붙입니다.
한 부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허구한날 싸움을 벌입니다. 그런데 싸웠다 하면 남자는 판판이 깨집니다. 늘 싸움을 지켜본 중학생 아들이 하루는 답답하다는 듯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엄마랑 왜 싸워요, 맨날 지면서?” “니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잘 보면 아빠가 항상 지는 건 아냐. 진짜 중요한 일은 절대 지지 않아.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내가 다 져주는 거야.” “중요한 일이 뭔대요?” “살아 보니까 여자랑 싸워서 이겨야 할 만큼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은 별로 없더라.”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