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용자는 괴롭힘 신고 접수 시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하고,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용자가 직접 괴롭힘을 행한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괴롭힘 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괴롭힘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사가 부하 직원을 밀치거나 때린 경우 폭행·상해죄, 욕설과 인격모독이 반복된 경우 모욕·명예훼손죄, 위협적 언행이 있었다면 협박죄, 신체 접촉을 수반한 성희롱은 강제추행죄로 각각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언어적 행위가 형법상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한 업무상 질책과 범죄 행위의 경계를 구체적 정황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하는 추세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다.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4만2,896건 중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는 1만1,442건으로 전체의 26.7%를 차지했다. 현행법상 괴롭힘 조사 의무가 사용자에게 부여되어 있어, 사용자가 가해자일 때는 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경우 피해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진정과 함께, 행위의 내용에 따라 형사 고소를 병행하는 것이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법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형법의 문제다. 괴롭힘 자체로는 과태료에 그치지만, 구체적인 행위 내용이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면 형사 고소를 통해 가해자 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것이 사실상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피해 근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음성 녹음, 메신저 대화 캡처, 이메일, 목격자 확보 등 괴롭힘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아두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진정만으로는 인정률이 낮고 구제 수단이 제한적이므로, 행위 내용이 폭행·모욕·협박·강제추행 등에 해당한다면 형사 고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는 업무상 정당한 지시·질책의 범위 내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며, 첫 조사에서의 진술 방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노동관계법과 형사법이 교차하는 영역이어서,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렵다. 고용노동부 진정, 형사 고소,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사안에 맞게 조합하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 구제의 핵심이다.
도움말 법무법인 동승 권대희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