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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시대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7-03 07:23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겉모습만 보고 나이를 짐작했다가 당황하기 쉬운 시대입니다. 예전엔 주름으로 나이를 가늠하고 피부로 세월을 짐작했었습니다. 외모와 옷차림의 구분도 연령대에 따라 뚜렷했습니다. 처음 만난 상대는 외모를 보고 나이를 짐작하고 호칭과 말투, 태도까지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0대 후반쯤 보이는데 마흔을 바라본답니다. 또래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열 살 위라고 해서 놀란 적도 있습니다. 외모가 재산인 연예인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일반인도 실제 나이를 알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몇 살처럼 보인다’는 짐작이 맞지 않게 된 겁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에서 20년 만에 다시 만난 배우들 –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 을 보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은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입니다. 해외에선 이런 현상을 ‘Age blindness’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왜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젊어 보이게 된 걸까요. 우선 예방적인 ‘안티에이징’이 일반화됐습니다. 과거엔 주름이 깊어지고 피부가 처진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면 지금은 노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리하는 게 일상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레티노이드 성분의 화장품을 사용합니다. 보톡스나 리프팅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과거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외모기준이 만들어졌습니다.

또 건강수명이 길어지면서 신체가 젊어진 데다 세대를 구분하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달라져 나이를 드러내던 시각적 단서들이 사라졌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되던 옷차림이 지금은 20대와 50대가 비슷한 운동화를 신고 같은 브랜드의 옷을 소비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나이대가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소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엄격하게 지키던 생애주기에 따른 삶의 모습이 달라진 것도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흐트러뜨렸습니다. 학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처럼 연령대와 맞물려 있던 삶의 과정이 혼인과 출산이 늦어지고 직업과 사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보편적인 사회적 기준이 모호해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과제도 안겨줬습니다. 젊은 것만 이상화하기보다 각 연령대가 갖는 나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젊어 보이고자 하는 노력을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age blindness는 젊음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모든 나이대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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