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에게 독서는 혼자 즐기는 조용한 취미에 머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책을 함께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그를 통해 관계를 맺는 일종의 네트워킹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에서 논란이 됐던 ‘번따(전화번호 받기)’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서점은 침묵이 흐르는 정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서점들은 카페와 전시, 강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성수동과 망원동의 북바(Book Bar)나 독립서점들은 혼자서 조용히 머무는 쉼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낯선 이들과 책과 생각을 나누는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통계숫자만 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성인 독서율이 38.5%로 떨어지는 동안 20대는 75.6%로 급등했습니다. 올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도 15만명이 몰려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그 중에는 역시 2030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필사와 책 꾸미기 유행은 디지털 과잉의 자극에서 벗어나 느리게 사유하려는 의지로도 읽힙니다. 이런 현상들만 보면 독서문화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많은 젊은이에게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들고 다니며 과시하거나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소품의 기능이 더 강해 보입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요약한 정보를 습득할 뿐 오래 시간을 들여 직접 읽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텍스트보다 북커버, 책갈피, 굿즈 같은 물건 소비만 비정상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의 표지를 캐릭터로 그린 책갈피를 넣은 빵의 인기가 독서와 연결되는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텍스트힙은 책을 사유하는 대상에서 액세서리 정도로 ‘끌어내린’(너무 냉소적인가? 그러면 ‘이동시킨’) 주범입니다. 이 흐름에는 두 가지 측면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우선, 자극적인 영상과 즉흥적인 만남이 판치는 시대에 책을 매개로 관계가 이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진지한 독서를 통해 자양분을 얻기보다 취향을 스펙처럼 훑으며 만남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책은 한낱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제 종이는 죽었다. 화장지만 빼고”라고 했던 백남준의 말이 현실이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