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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나이 들면 외롭다는데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20 06:46

마음건강 길
마음건강 길
나이 들면 외롭다고들 합니다. 당연합니다. 나이가 드는 건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죽음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생물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사회적 수명은 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환갑이 훌쩍 지난 나는 냉정하게 보면 생산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지식노동의 현장에서도 결코 중심의 자리에 설 수 없습니다. 딴에는 생각을 오래 다듬고 정리해서 목소리를 내면 아주 좋게 봐줘서 ‘원로의 견해’라고 하지만 이건 아주 드문 케이스고 대개는 한물간 꼰대의 잔소리로 눈총 받기 십상입니다. 어느 쪽이나 영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흔하진 않지만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 사망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한 몸만 떠나는 게 아니라 저마다 일궜던 자기 몫의 세계를 안고 떠납니다. 한 사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와 어떤 방식으로든 가깝게 연루됐던 남은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가 관계 맺었던 세계의 일부가 동시에 떠나는 것입니다.

그 떠남의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순번이 가까워질수록 남은 사람들의 세계는 축소되고 공허해집니다. 그러니 당연히 외로워질 수밖에요. 그렇게 한 시대가, 한 세대가 저물어갑니다. 역사는 다음 세대의 몫입니다. 다음 세대가 이 퇴장하는 세대로부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퇴장하는 세대에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게 없습니다. 자기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를 제대로 복기하고 정리할 수만 있어도 그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입니다.

자신의 세계가 축소되어 가는 것을,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몫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외로워지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저 자기 시대에 자기한테 주어진 몫의 과제를,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수행하고 떠난다는 생각으로 위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런데 가끔 자기 세대의 울타리를 넘어 어떤 잉여를 남기고 그것을 다음 세대까지 넘겨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특별히 위대하거나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간혹 그런 사람이 천재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별종 또는 부적응자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 세대의 보편적 인식체계나 삶의 방식에 충실하게 살던 사람들이 생의 후반에 가서야 느끼는 외로움을 생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가 남긴 불화나 부적응 또는 초월적 흔적들이 다음 세대에서 재평가되기도 하지만 동세대의 보통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특이한 존재들입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결론은 항상 겸손하자는 말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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