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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알고리즘 세탁

입력 2025-10-28 07:30

[신형범의 千글자]...알고리즘 세탁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대개 외모, 옷차림, 말투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보편적인 사실이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까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는 소개팅할 때 ‘인스타 탐색창을 보여달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간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의 흔적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사람의 취향, 관심사 같은 것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개팅 전날 인스타그램 탐색탭을 정리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 소개팅에서 휴대폰을 보여줄 때 여성수영복 사진 같은 게 많이 뜨면 곤란하기 때문에 밤새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클릭해서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로 알고리즘 리셋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한 회사원은 자신의 유튜브 추천 영상들이 거의 특정 정치성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재미있어서 보게 됐는데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영상들만 추천으로 올라와 스스로 검열에 나선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사용자의 시청, 검색, ‘좋아요’ 팔로우 등을 분석해 맞춤형 컨텐츠를 추천합니다. 이런 알고리즘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관심사와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에 첫인상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가 단순한 소통수단이 아닌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을 비춰 주는 거울로 자리잡은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의 컨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청소’하고 리셋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는 게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비슷한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차단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일부러 리셋해 관심사를 돌리거나 특정 관계나 상황을 앞두고 알고리즘을 정돈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알고리즘 클렌징’ ‘알고리즘 세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알고리즘 클렌징은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버블에서 탈출해 새로운 정보와 시각,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려는 노력입니다. 또 이직, 연애, 취미 등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심기일전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건 건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에 있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판단하는 것도 100% 맞는 건 아닙니다. 알고리즘 관리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겉모습만 포장하는 알고리즘 리셋은 단순히 이미지 관리가 아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활용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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