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악필은 보통 못쓴 글씨보다 읽기 어려운 글씨를 뜻합니다. 최인호 작가도 악필로 유명했지만 자세히 보면 못쓴 글씨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손글씨를 자기를 위해서만 쓰는 시대에는 못쓰고 읽기 쉬운 글씨보다 악필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내 글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글씨가 달라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컴퓨터로 쓰는 세상이 되지 않았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3) 한자교육을 더 해야 합니다. 과학적이고 소리글자인 한글과 의미 집약이 세계 최고인 한자의 결합은 편리하고 강력한 문자생활을 가능하게 합니다. 서양 사람들이 해석도 잘 안 되는 이상하게 쓴 문장을 볼 때마다 저것들이 한자를 몰라서 그런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적인 활동일수록 한자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이런 말하면 내 나이를 들먹이며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주장의 옳고 그름이지 나이가 아니지 않나요?
(4) 철학의 나라 독일에선 철학책이 나오면 독일학생들은 불어나 영어 번역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농담은 불어와 영어가 독어보다 더 논리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모국어는 감정적으로 읽지만 외국어는 논리적으로 읽는다는 뜻입니다. 한국인은 이런 성향이 훨씬 더 강합니다.
(5) 세상(모든 것)은 번역입니다. 외국어만 번역하는 게 아닙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고, 삶이 있는 곳에 죽음이 있듯이 언어가 있는 곳에 번역이 있습니다. 생각과 말 사이에는 크고작은 틈이 존재합니다. 생각을 말로 충분히 표현한다 해도 의심과 오해 없이 상대방에게 가 닿기란 쉽지 않습니다. 의사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감입니다. 왜 이 단어를 썼는지, 왜 이런 식으로 단어를 배열했는지, 왜 문장을 이렇게 끝맺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번역은 이상해집니다.
(6) 무슨 일을 하든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운전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글도 그렇습니다. 내 친구 하나는 글씨를 못씁니다. 마치 초등학생이 쓴 글씨 같은데 그런데도 글씨가 매우 고급스럽습니다. 육필을 쓸 일이 별로 없지만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글씨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 글씨는 옹졸하기 짝이 없고 어떤 누구는 잘쓴 건 아닌데 활달합니다. 글씨를 잘쓴다고 세상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문화의 한 귀퉁이 아니겠습니꺄.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