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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책 추천은 어려워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08 06:45

츠타야서점 / 다이칸야마T-site
츠타야서점 / 다이칸야마T-site
카톡으로 대화하던 동창이 퇴직하고 요즘 시간이 많이 생겼다며 ‘볼만한’ 책을 좀 추천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순간 난감해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 건 생각만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은 연령, 성별, 지적 수준,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볼만하다’는 기준이 너무 광범위합니다. 읽는 사람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 사람의 독서력과 관심사 등을 알아야 그나마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얼마 전, 한 입시학원에서 정리한 자료라며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이라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책이 올라 있었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도전했다가 완독에 실패한 책들입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봐리부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책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책들은 거칠게 요약하면 《보봐리부인》은 유부녀가 불륜을 벌이다 파산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이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도 외도와 외설이 대부분의 서사를 이루는 내용입니다.

언급한 책들은 모두 고전이지만 그렇다고 중고등학생이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명문대학교 추천도서라는 이유로 중고등학생에게 처음부터 이해하기 힘든 고난도의 철학이나 ‘이상한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세계의 균열과 불안을 그린 책을 추천하는 사교육의 현실을 접하니 책을 추천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나 유명인의 추천을 맹신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도 리스크는 있습니다. 실제 책의 가치와 무관하게 인간관계나 비즈니스 등 여러 이해관계로 추천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추천인이라는 이유가 책의 수준을 보장하진 않고 자기 삶의 맥락과 동떨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일본의 유명한 서점 츠타야에는 ‘북컨시어지’라는 게 있습니다. 독자의 관심사나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고객에게 맞춤 도서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이 기대하는 정보, 위안, 즐거움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책 추천이야말로 정교한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좋은 책을 보는 안목은 스스로 기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추천에 의존한 책읽기는 스스로 갖춰야 할 내면의 도서관을 확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선택한 책이 자기 안에서 하나씩 주제별 서가를 만들고 확장될 때, 그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자전하고 공전하는 행성처럼 움직이면서 하나의 우주를 이뤄갈 때 마침내 교양 있는 독자가 되는 겁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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