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선택해서 측정한 인원 13명은 전체 물류센터 근무인원의 0.04% 정도에 불과

▲ 수백 건 측정치 중 가장 안 좋은 사례 몇 개만 공개?
노조가 선택해서 측정한 인원 13명은 전체 물류센터 근무인원의 0.04% 정도에 불과할 뿐더러 대상자들의 연령이나 평소 심장기능 등 건강 상태, 구체적인 근무환경 등이 어떠한 지도 알 수 없다. 노조가 일방적으로 선택한 대상자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측정에 임했는지도 의문이다. 부정확한 환경과 대상으로 전체 근무인원의 0.04%인 13명을 측정해 놓고 6시간 이상 일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수면 시 최고 심박수 59를 예로 들며 문제를 삼고 있지만 의학계에서 통용되는 안정 시 심박수 기준은 분당 60~100회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도 중립적 환경이나 정확한 측정 및 표본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근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ㆍ의학박사)은 "측정 대상 직원들이 물류센터 근로자들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고, 측정 당시 신체 및 심리 상태에 따라 변동폭이 상당한 심박수를 바탕으로 적정 근무시간을 언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일평균 직원 수 3만여 명의 0.04%에 불과한 특정 근로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자의적이며 목적지향적 측정으로, 실제 근로환경을 대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전문기관과 정반대 결과 내놓은 대학 연구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형렬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논란거리다. 김교수팀은 쿠팡 물류센터 실태 관련 보고를 인용하며 “쿠팡 물류센터 직원 10명 중 7명이 과도한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고에서 근거로 삼은 설문조사의 응답자 대부분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및 민주노총 노조원이 주도하는 특정 SNS 회원들로 추정되며, 설문 문항 또한 편향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고서의 신뢰도가 의심받고 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등 전문기관이 2019~2020년 실시한 업무강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쿠팡 주요 물류센터 근로자의 상당수(49.4%, 68.2%)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거나 견딜만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3%는 작업과 관련해 근육통 등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스트레스 평가 총점 역시 대부분 전국 근로자 평균 대비 하위 25~50%로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김 교수팀의 보고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김 교수팀은 지난 7월 26일부터 한달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356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실태조사를 진행해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응답자 73.6%가 상지 근육통, 71.6%가 전신피로를 겪었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 편향된 표본, 노조원 중심의 설문조사 등 대다수 오류 드러나
물류업계에서는 이처럼 판이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김 교수팀 연구의 설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조사 대상과 설문 내용이 편향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 홍보와 참여 경로가 노동조합 조합원만 가입 가능하거나 노조원이 주도하는 온라인 카페와 밴드에서 이루어졌다. 현장 설문조사도 노조원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회사에 비우호적인 노조원들이 설문조사에 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물류센터처럼 규모가 큰 곳은 하루 근무자가 3만명이 넘는다"며 "그 중 민주노총 노조원이거나 노조에 편향된 채널을 통해 설문에 참여한 356명은 워낙 소수이고 그들의 의견은 편향적일 가능성이 높아 실제 근로환경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질문지에 ‘유도설문’ 의심되는 문항 발견…전문가도 문제점 지적
설문조사 전문기관들은 설문 문항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노동강도에 대한 질문 항목은 ‘빨리 걷는 수준의 힘듦’ 보다 높은 업무강도의 예시로 ’100미터 달리기 수준의 힘듦‘과 ‘마라톤처럼 체력이 고갈되는 수준‘만을 제시하고 있다. 질문 설계에서부터 부정적인 답변을 높이려고 한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다 ‘질병이나 건강 문제가 업무로 인한 것인지?’ 등과 같이 판단이 어려울 수 있는 질문에 ‘모름/무응답’ 항목을 두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대답을 강요한 듯한 항목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교수의 보고서는 설문조사의 설계 자체에 오류가 있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의 주장과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성된 보고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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