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14(토)
[신형범의 千글자]...결혼과 출산
최근 시작한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는 주인공으로 유연석과 채수빈이 부부로 나옵니다. 각각 대통령실 대변인과 수어통역사로 누군가의 말을 대신 전하는 일이 직업인 이들은 정작 서로는 소통하지 않습니다. 무슨 비밀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말그대로 ‘쇼윈도 부부’입니다.

얼마 전 화제를 뿌리고 끝난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도 김수현과 김지원은 쌓인 오해와 소통의 단절로 결혼생활을 망친 부부로 등장했습니다. 내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도 공유와 서현진을 계약결혼 부부로 내세웠습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결혼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망가진 결혼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많아졌습니다. 전처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끝에 마침내 우리 결혼했어요,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혼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결혼을 그저 필요에 의해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계약의 산물로 그립니다.

결혼하는 것으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니라 결혼한 후에도 두 사람이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다면 가로막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과입니다. 물론 드라마니까 이런 삐걱거리는 결혼생활을 겪으면서도 진심을 터놓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드라마식(?) 공식을 따르기는 합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제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와 이에 따른 고민이 담긴 현실을 반영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결혼하고 나면 모든 것이 결정돼 바뀔 수 없는, 그래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이혼을 포함해 전보다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바뀐 관점은 결혼 전이든 결혼 후든 개인으로서 행복한지, 부부가 모두 잘살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드라마 초기부터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또는 이혼하고 재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기보다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소통할 것을 주문합니다.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소통의 부재와 단절을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관계를 통해 묘사하고 제시함으로써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출산에 대한 인식도 결혼만큼 예전과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유명한 스타 배우가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지만 결혼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고 다시 한번 그 변화를 실감합니다. 사실 출산은 꼭 결혼이 전제돼야 하는가,라는 논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저출산 시대에 가족의 형태보다는 비혼 출산을 포함해 아이를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표를 던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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