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트럼프행정부의 H20 수출 규제로 수 십억달러 규모의 재고 전액 손실 처리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과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출 규제로 H20 제품을 중국에 출하할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수 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회사의 매출 전체에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약 1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H20은 그동안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AI 칩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H20의 수출도 제한한 상태다.
황 CEO는 "4년 전,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될 무렵, 중국 AI 칩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50%로 줄어들었다"며 "게다가 우리는 사양이 낮은 제품만 팔 수 있었기 때문에 평균판매단가(ASP)도 떨어졌고 그만큼 수익도 많이 잃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황 CEO는 엔비디아가 H20 칩의 낮은 버전을 중국에 출시할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을 일축했다.
황 CEO는 "현재의 H20이나 호퍼(Hopper) 아키텍처는 더 이상 추가로 성능을 낮출 방법이 없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쓸모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 CEO가 미국 정부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은, 미국발 대중국 수출규제 등으로 엔비디아의 손해가 막심한 데다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에서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시장이며, 내 예상으로는 내년 AI 시장 전체가 약 500억 달러 규모일 것"이라며 "이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엄청난 기회이며 놓치기 아깝다"고 했다.
중국 시장의 규제 완화가 미국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규제 정책이 중국의 기술 개발을 부추기는 등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황 CEO는 "(중국 시장을 통해) 미국은 세수도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고 산업도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AI 확산'(AI diffusion)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중국)가 따라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기술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가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중국에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성구 전문위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