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대표적인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다. 흔히 말하는 불륜이나 간통이 이에 해당한다. 간통죄는 폐지됐지만, 부정행위는 여전히 민법상 불법행위로 간주되며 이혼뿐 아니라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다만 기간 제한이 있어,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또한 이미 부정행위를 용서한 경우에도 같은 사유로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정을 떠나거나 연락을 끊고 가사나 생계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경우도 해당된다. 이런 상황은 ‘악의적 유기’로 분류되며, 단순한 별거나 성격 차이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배우자가 부부로서의 의무를 명백히 저버렸는지를 따진다.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에게서 신체적 폭행이나 정신적 학대를 지속적으로 당한 경우 역시 불법행위로서 이혼 사유가 된다. 장기간 이어진 폭언, 강압적인 통제, 모욕 등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면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된다. 반대로,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폭언이나 무례한 행동을 반복한 경우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다. 이 경우 역시 단순한 갈등 수준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중대한 고통이 입증되어야 한다.
배우자의 생사 여부가 3년 이상 확인되지 않을 때도 이혼이 가능하다. 단순한 별거가 아니라 행방이 완전히 묘연하고,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질적 실종 상태여야 한다. 실종 신고 여부와는 별개로, 법원은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이혼 사유로 인정한다.
마지막으로, 그 외에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가치관 차이, 중독 문제, 반복적인 경제적 무책임, 극단적인 의사소통 단절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면 법원이 이를 이혼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 단, 이 역시 단순한 성격 차이나 감정적 거리감만으로는 부족하고, 혼인 관계의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혼소송에서는 이혼 사유의 입증 책임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있다. 문자, 녹취록, 진단서, 사진, 증인 진술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불법행위나 혼인 파탄의 정당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또한 이혼 외에도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등 민감한 쟁점들이 함께 다뤄지므로 사전에 충분한 법적 준비가 필요하다. 재산분할은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공동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문제이며,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과 양육비 역시 핵심 쟁점이다. 여기에 혼인 파탄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따지는 위자료 청구도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준비가 미흡하거나 불필요한 감정이 개입되면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무법인YK 대구분사무소 진아영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은 단순히 마음이 떠났다는 이유만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감정보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모든 주장은 근거와 논리 위에 세워져야만 한다”며, “자신의 상황이 법적으로 어떤 사유에 해당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를 명확히 파악한 뒤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기간 소송에 휘말리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