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logo

ad

HOME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국모? 주모 아닌가요?

입력 2025-06-24 08:07

[신형범의 千글자]...국모? 주모 아닌가요?
온갖 비리와 말썽, 논란의 뿌리였던 전임 대통령 부인이 (무슨 이유인지)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전 정권에 부역한 국민의힘 한 국회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여사가 한때는 국모였는데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 사람으로 의원 전체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그래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인식수준이 그 정도라니요.

‘국모’는 왕의 아내나 왕의 어머니를 뜻합니다. 강력한 권한을 갖고 나라를 지배하던 과거 군주제에서 왕을 국부(國父, 나라의 아버지)라고 칭한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근대적인 왕정을 일찌감치 청산하고 민주공화제를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모는 그 국회의원이 태어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단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뚱맞게 국모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것입니다. 그 의원이 ‘국모’라 부른 여자는 ‘국모’인 적이 없었고 단지 법률에 의해 대통령의 부인 신분이었던 민간인일 뿐입니다.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14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그러다 20대 대선에서 손바닥에 ‘王’이라는 글자를 쓴 자가 대통령으로 뽑히더니 실제로 그는 왕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제멋대로 굴었습니다. 그러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지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고 왕좌에서 내려왔습니다. 주권자들은 그가 벌인 내란을 선거로 응징했고 그 ‘왕’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생각 밑바닥에는 아직도 왕당정치나 군주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머리에는 여전히 대통령을 왕으로, 국민을 개 돼지 노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들은 무려 50년만의 계엄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를 점령하고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것을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여깁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국모’라는 표현은 절대군주시대의 유물입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평등한 사회이고 누군가를 특별히 ‘어머니’로 불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주가조작, 공천개입, 학력위조, 뇌물수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국모’라고 부르는 사람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국회의원까지 됐다니요. 다시 생각해도 열받습니다. ‘국모’라니요… 술 파는 주막의 주모라면 모를까.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