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대신 ‘비독립’ 선택한 삶, 캥거루족에 씌워진 편견을 뒤집는 한 권의 기록
![[신간] 에세이 『전방 100미터에 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 출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271026100272246a9e4dd7f220867377.jpg&nmt=30)
33년째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스스로를 ‘장성한 새끼 캥거루’라고 부르는 저자가 비독립자의 시선으로 가족과 동거, 사회적 시선, 개인의 선택을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독립을 미루는 세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독립’을 택한 한 사람의 구체적 일상을 통해 캥거루족이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편견을 다시 묻는다.
책은 총 32편의 글과 나목 작가가 직접 그린 4컷 만화로 구성됐다. 캥거루족으로 살아가는 하루의 디테일, 부모와 자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 결혼과 비혼을 둘러싼 주변의 질문, 독립을 둘러싼 흔한 충고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캥거루는 좋아도 강아지는 아니다’, ‘30대 비혼자 백수, 올 명절에도 살아남았다’, ‘캥거루족으로 살아남은 꿀팁 공개한다’ 같은 목차 제목만 봐도, 책이 다루는 장면들이 현실적인 고민과 가벼운 농담 사이를 오가는 결을 지녔음을 짐작하게 한다.
에세이는 먼저 ‘캥거루족’이라는 말에 따라붙는 미성숙 프레임을 정면에서 다룬다. 높은 주거비와 불안정한 노동 시장이 만든 비자발적 캥거루족만을 기준 삼아 모든 동거를 같은 잣대로 비난하는 시선에 문제를 제기한다. 나목 작가는 부모와의 동거를 ‘도피’가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로 위치시킨다. 동시에, 같은 집에 산다고 해서 서로가 완전히 이해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른지가 아니라 다른 서로를 어떻게 포용하느냐라는 문장으로 관계의 방향을 정리한다.
에세이 『전방 100미터에 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 속의 캥거루족은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때로는 독립을 상상하고, ‘내 거실’을 꿈꾸고,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고민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가는 부모의 울타리에서 얻는 정서적 안정감과 동시에, 세대 차이·생활 습관·가치관의 충돌이 가져오는 피로감도 숨기지 않는다. ‘시시때때로 뒤집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은 믿음이자 수용’이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각 글은 불만을 털어놓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인정하는 지점으로 수렴한다.
이 과정에서 에세이는 캥거루족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도 건드린다. 정해진 순서대로 생활하고 결혼해야 한다는 통념, 이제는 나가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같은 반복적인 질문은 개인의 선택을 평가하는 관습으로 등장한다. 나목 작가는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자신이 왜 지금 이 자리에 머무르기로 했는지, 그 선택이 어떻게 삶의 안정감과 자기 존중으로 이어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2025 경기히든작가 작품 공모’ 산문 부문 선정작으로,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출간됐다. 이번 공모는 신진 작가 발굴과 지역 출판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됐으며, 나목 작가는 멘토링과 편집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활 서사를 독립된 에세이로 완성했다. “캥거루족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들을 둘러싼 관념이 문제인가”라는 책의 질문은 동거·독립·가족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싱긋 관계자는 “에세이 『전방 100미터에 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는 캥거루족에 대한 단순한 찬반을 넘어, 각자의 속도로 자신만의 삶을 선택하는 태도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에세이”라며 “독립과 비독립,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청년·청년 이후 세대에게 현실적인 공감과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