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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시대의 한국 미술,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를 증권화해야 한다

입력 2026-02-27 11:30

STO 시대의 한국 미술,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를 증권화해야 한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정부의 STO(증권형 토큰) 공약이 문화예술 분야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단순한 디지털 유행이 아닌 미술계의 근본적인 ‘구조적 전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TO는 암호화폐나 NFT와 달리 법적 권리 구조를 갖춘 ‘증권’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객관적 검증과 기록 체계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미술시장은 감정과 명성 등 주관적 신뢰에 의존해 왔다. 작품은 거래되지만 그 내밀한 구조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재료 선택은 작가의 취향에 맡겨졌고 프레임 구조나 제작 데이터는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STO 체계에서 작품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검증 가능한 자산'이 된다. 자산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그렸느냐는 미학적 질문보다 어떤 구조로 제작되었으며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라는 물리적 설계의 완결성이 중요해진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의 실정은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다수의 회화가 저가 목재 프레임 위에 장력 조절 장치 없이 제작되고 있으며, 사용 재료의 상세 스펙이나 후면 구조에 대한 기록도 부실하다. 이러한 상태로 STO를 도입할 경우, 향후 발생할 균열이나 변형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 증권화된 자산은 책임의 주체가 명확해야 하며, 20세기 미술이 형식의 혁명이었다면 21세기 STO 시대의 미술은 구조의 혁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STO 시대의 한국 미술,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를 증권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작가는 이제 단순한 스타일 경쟁자가 아닌 ‘구조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 자산 가치를 위해 하이브리드 알루미늄 프레임과 장력 조절 키 시스템 등 최소한의 보존 기준을 갖춘 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제작 일자부터 재료 명세, 전·후면 사진, 작업 공정을 정교하게 데이터화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작가 노트 또한 감성적 서사에서 벗어나 구조 설계 의도와 예상 보존 수명을 설명하는 '구조 진술서'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동시에 공공기관과 시장의 검증 프로토콜도 강화되어야 한다. 옥션과 컬렉터는 X-ray나 적외선 검사 등을 통해 작품의 내부 균열을 판독하는 '건강검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공 미술관은 수집 시 구조 검증을 의무화하여 예산과 행정 프로토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STO는 투기적 금융 상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으나, 이를 계기로 재료와 기록, 유통 전반을 개편한다면 한국 미술은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는 새로운 신뢰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한국예술가협회 금보성 이사장은 "STO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전면적인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국가적 제도"라고 정의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재료의 선택부터 아카이브 제도화까지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예술 구조 개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술이 금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견고한 구조가 금융을 설계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이 현재 진행 중인 STO 한국현대미술 지역 순회전에서 만들어지는 기준의 실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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