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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첫 풀코스 마라톤의 추억

입력 2026-03-30 08:05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첫 풀코스 마라톤의 추억
회사 다닐 땐 봄과 가을, 일년에 최소 두 번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회 참가는 두 번이지만 언제든 달릴 수 있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선 한 달에 최소 150~200km는 꾸준히 뛰어야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자 때아닌 ‘달리기 열풍’이 불면서 갖가지 부작용과 순수했던 ‘달리기시장’이 혼탁해진 것 같아 지금은 혼자 뛰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괜찮은 대회만 어림잡아도 1년에 300개 넘게 열리는데 어제 인천 청라하늘대교 마라톤대회 사진을 보니 새삼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잠실운동장에서 출발해 성남을 찍고 돌아오는 2005년 중앙일보 대회였습니다.(어쩐 일인지 우리나라 웬만한 대회는 대부분 언론사에서 주최합니다)

첫 풀코스인 만큼 준비를 많이 하고 긴장도 약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쓰리(3시간 이내 완주)를 하려면 보통 ‘415페이스’라고 1km당 4분15초를 유지해야 합니다. 마흔 넘어 뒤늦게 시작한 초보 러너로선 꿈도 못 꿀 기록입니다. ‘415’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참고로 330(3시간30분 이내)은 4분58초, 서브포(4시간 이내)는 5분41초 페이스입니다.

나는 하프코스(21.0975km)를 보통 1시간50분 이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3시간40분에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스 난이도와 후반에 체력이 떨어질 것을 감안해 목표를 ‘서브4’로 정했습니다. 1km를 5분40초 정도 페이스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대를 풍미한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말처럼 ‘누구나 계획은 있기 마련’입니다. 30km를 지나 다리가 무거워지기 전까지는. 에너지가 바닥나는 이 구간이 마라톤의 진짜 시작이라고 합니다. 마의 구간인 32km쯤 왔을 때 오른쪽 무릎에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아프기보다 겁이 났습니다. 계속 아프면 걸어야 할 지도 모르는데 한번 걷기 시작하면 다시 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통증은 더 이상 심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개운치 않은 무릎에 신경을 쓰면서 계속 달렸습니다. 35km 이후부턴 말 그대로 정신력 싸움입니다. 어떤 운동이든 최선을 다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마라톤처럼 사력을 다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종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골인 지점의 매트를 밟는 순간의 희열은 압도적입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고통을 이겨낸 카타르시스 때문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결과는 서브4에 실패했습니다. 하프코스를 1시간50분에 들어오는 것과 풀코스를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때 ‘아저씨들의 운동’이던 러닝이 요즘은 MZ들의 ‘힙’한 취미가 됐습니다. 반바지에 운동화만 신고 달리던 서민적인 운동이 고가의 장비에다 전체.구간별 페이스, 거리, 소요시간, 심박수, 케이던스(단위 시간당 걸음 수) 같은 데이터를 GPS(위성항법시스템)로 얻는 ‘첨단’ 활동으로 바뀐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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