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망설이는 인간도 매력 있지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2207584507047046a9e4dd7f220867377.jpg&nmt=30)
우리 프로야구 역사 44년 동안 겨우 32명만 이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하기 어렵고 좀처럼 나오지 않는 진귀한 기록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야구선수가 평생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은퇴하기 때문에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대단한 영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 외야수 박승규는 지난 10일 NC와 경기에서 안타와 3루타, 홈런을 쳐서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만 남겨뒀습니다. 8회말 타석에 들어선 박승규는 장타를 날렸습니다. 삼성 감독과 코치진을 비롯해 더그아웃에 있던 모든 선수들은 박승규가 2루에서 멈추기를 바랐고 심지어 2루에 멈추라는 사인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박승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습니다. 추가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역사상 33번째 ‘사이클링 히트’ 선수가 될 기회를 걷어찬 것입니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만약 AI에게 ‘사이클링 히트’의 의미를 알려주고 그날 경기 상황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AI는 주저하지 않고 2루에서 멈추고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하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이렇듯 누가 봐도 2루에서 멈추는 게 답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 박승규는 AI와 마찬가지로 망설이지 않았지만 AI의 ‘합리적, 효율적’ 선택과는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현재 한국문학의 스타 작가 김애란이 최근 TV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나와 인터뷰한 것을 봤습니다. 인간한테는 있는데 AI에겐 없는 게 ‘망설임’,이라고 말하는 대목을 보다가 흠칫했습니다. 작가는 누군가의 고민이나 아픔을 들을 때 어떤 말을 삼키거나 주저하거나 짐작하고 헤아리는 찰나가 있었다,면서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됐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삼성 외야수 박승규를 떠올렸습니다. 박승규가 2루에서 머뭇거렸거나 잠시 주저했더라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박승규는 단호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왜 ‘그런 짓’을 했냐는 아쉬움 담긴 추궁에 박승규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해 사람들의 이기심을 한번 더 머쓱하게 만들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이윤을 쫓는 빅테크 기업들은 태연하게 할루시네이션(거짓말)을 양산하고 또 AI가 전쟁의 도구가 되도록 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주저하고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모습이 인간의 결함이나 한계처럼 보이지만 그게 인간만이 갖고 있는 미덕이고 개성일 수 있다는 김애란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때로는 그걸 뛰어넘는 단호함 역시 정의로운 신념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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