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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남들이 무심코 버린 행운을 줍는 마음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5-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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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의 4대 메이저 중 하나인 황금사자기 대회가 지난 주말 충암고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프로야구에 눌려 고교야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라는 점을 생각하면 또 다르게 보입니다. 이번 황금사자기를 포함해 요즘 한국 야구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이번 대회에서 대구상원고 엄유상은 7일 안산공고와 경기에서 4타수 4안타를 쳤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에서 “난생 처음 한 경기 4안타를 쳤다. 쓰레기를 열심히 주운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웬 쓰레기?’ 하며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어리둥절하겠지만 야구 좀 아는 팬이라면 엄유상의 얘기가 무슨 뜻인지, 어디서 왔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생 때 세운 계획표인 ‘만다라트’에 ‘쓰레기 줍기’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당시 오타니는 ‘쓰레기 줍기’의 의미를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체력과 기술, 정신력을 쌓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더해 인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오타니의 ‘야구 철학’이 한국의 고등학생 야구선수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실제로 학교폭력 같은 야구 실력과 별개로 인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프로 스카우트들도 그런 야구장 밖의 모습까지 유심히 관찰하는 게 요즘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오타니는 한국 야구장의 안과 밖을 바꿔 놓았습니다. 야구장에선 오타니처럼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선수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올해 고교야구 최대어로 꼽히는 부산고 하현승은 194cm 체구의 왼손 투수로 시속 150km 속구를 쉽게 던집니다.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리그와 황금사자기까지 7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타자로는 타율 0.488, 3홈런 15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덕수고 엄준상, 서울고 김지우 이 세명이 올해 고교야구 빅3로 꼽히는데 이들 모두 투수와 타자 겸업하는 ‘오타니’들입니다. 지난해 국내 고교야구에서 활약했던 광주제일고 출신 김성준은 ‘제2의 오타니’를 꿈꾸며 작년에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했습니다. 여러 팀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투타 겸업 프로그램을 제시한 텍사스를 택한 것입니다.

투수와 타자 어느 하나 만으로도 성공하기 힘든데 오타니는 야구 꿈나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습니다. 투타 겸업과 함께 실력만 좋으면 인성 같은 건 좀 부족해도 용서되는 분위기에서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분위기로 영향을 끼쳤습니다. 쓰레기 줍는 한국의 ‘오타니’들이 점점 많아질 것 같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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