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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폭행이라는 착시, 처벌의 저울은 동등하게 기울지 않는다

김민혁 기자

입력 2026-06-11 10:00

사진=김현우 변호사
사진=김현우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시비 끝에 서로 손을 댔다면 으레 '쌍방폭행'으로 묶여 똑같이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직관적 오해일 뿐, 실제 형사사법 실무가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현장의 전체적인 그림만을 보고 기계적으로 책임을 반반씩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가 왜 싸우게 되었는지, 어떤 수단을 썼는지, 누가 더 위협적이었는지를 철저하게 분리해서 들여다본다.

형사재판에서 승소를 가르는 관건은 단순한 '누가 먼저 때렸는가'가 아니다. 실제 실무에서 처벌의 무게를 결정짓는 핵심은 행위 당시 각자에게 적용되는 혐의(죄책)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술자리 시비와 운전자 간의 도로 위 갈등은, 한순간에 단순 폭행을 넘어 실형 선고로 이어지는 중범죄로 변모하기 쉬운 대표적인 사례다.

형법상 단순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게다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해주면 전과를 남기지 않고 사건을 끝낼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다. 반면,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위력을 행사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손에 쥐고 폭행하는 순간 특수폭행이 성립한다. 특수폭행은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술자리 쌍방폭행이 파국으로 치닫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맨손으로 맞대응한 상대방은 단순 폭행에 그치지만, 홧김에 주변에 있던 소주병이나 유리컵, 두꺼운 스마트폰을 쥐고 휘둘렀다면 그 즉시 특수폭행 혐의를 받게 된다. 판례가 말하는 위험한 물건의 기준은 칼이나 총 같은 흉기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보복 운전과 쌍방 시비는 더욱 가혹한 법적 잣대가 적용된다. 상대 차량의 앞을 급격하게 가로막으며 위협하는 행위는 대법원 판례상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특수폭행이나 특수협박에 해당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상대 운전자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되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 있다. 똑같이 싸웠다고 생각했는데 한쪽은 합의로 무죄가 되고, 다른 한쪽은 구속영장을 마주하는 극단적인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쌍방폭행에 연루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싸움 과정에서 일어난 공격적인 행동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먼저 도발을 당했더라도, 상대를 때리거나 밀치는 과정에 공세적인 의도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었다면 예외 없이 쌍방 가해 행위로 평가받는다.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사법 절차는 단순히 먼저 억울하다고 소리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자신의 행위를 법리적으로 명확하게 분리해 내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상대방과 나의 행위를 철저히 분리하고, 본인의 행동이 소극적인 방어에 불과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bp_kmh@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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