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통합체육시설 세 번째 좌초
1200여명 건립 촉구에도 상임위 문턱 못넘어
경기 21개 시·군 시행 '어르신 버스비'도 보류
용인시민사회 "당리당략 아닌 결자해지 필요"

용인시의회는 지난 23일 제305회 임시회에서 '용인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부결하고 '용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보류했다. 장애인과 고령층의 건강권·이동권과 직결된 핵심 복지사업이 동시에 제동이 걸리면서 "새 의회의 첫 개원 선물이 사회적 약자 발목잡기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8명, 국민의힘 1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장정순 의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집행부 수장인 이상일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여야가 뒤바뀐 시정·의회 구도가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정책 검증보다 정치적 셈법이 앞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안은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이번에도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치행정위원회 표결에서는 찬성 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찬성이 우세했지만 재적위원 8명 가운데 과반인 5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최종 부결됐다.
시는 앞선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주차 문제를 반영해 지하주차장 계획을 조정하고 597면 규모의 별도 주차타워를 포함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자치행정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업은 2031년 이후로 상당히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센터는 처인구 삼가동 미르스타디움 일원에 50m 10레인 수영장과 다이빙풀, 수중운동실, 다목적체육관, 탁구장, 가족목욕실 등을 갖춘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체육시설로 계획됐다.
용인에는 공공수영장 7곳이 있지만 모두 25m 레인이다. 이 때문에 2022년 경기도체육대회를 개최하고도 50m 수영장이 없어 수영 경기를 오산에서 치렀고, 장애인 수영선수와 엘리트 꿈나무들도 다른 지역으로 원정훈련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임시회에서 반대 토론에 나선 한 의원은 경기도 내 반다비체육센터 대부분이 100억~300억원 규모인 반면 용인 사업은 약 985억원에 달한다며 사업 규모와 재정부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시는 다른 지역의 3000~4000㎡ 규모 생활체육시설과 연면적 2만㎡가 넘는 용인의 복합형 통합시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공모를 통해 국비 40억 원을 확보했고 중앙투자심사 등 주요 행정절차도 모두 마친 만큼 반복적인 부결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체육단체들은 지난 5월부터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왔고 1200여 명이 참여한 탄원서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 김모 씨는 "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에게 운동시설 하나를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과 체육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라며 "세 번째 부결은 장애인들에게 또다시 기다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앞으로 시민 서명운동과 시의회 앞 1인 시위, 기자회견, 집회 등을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시민사회와 연대해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더 이상 장애인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이 정상 추진될 때까지 모든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 버스비도 보류…"왜 용인만 늦나"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분기별 9만원, 연간 최대 36만 원의 버스요금을 환급하는 조례안도 보류됐다.
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1곳이 이미 유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용인 39개 읍·면·동 가운데 지하철역이 있는 곳은 19곳에 불과해 버스비 지원이 지역 간 교통복지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의회는 신청률 60%와 월평균 환급액 1만1000원을 적용한 비용 추계의 적정성과 향후 연간 110억 원 안팎의 재정부담 가능성 등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며 보완해 온 정책을 용인만 계속 미루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정 검증도 중요하지만 고령층의 이동권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두 사업이 동시에 제동에 걸리면서 시의회의 결정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가 의회의 요구를 반영해 사업계획을 수정했는데도 같은 이유로 계속 부결한다면 보완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 자체를 막으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찬성 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된 만큼 시민들이 결과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민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의회가 반복적으로 보완을 요구하면서도 사업이 통과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검토를 위한 검토'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시와 의회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 결국 피해는 장애인과 어르신들에게 돌아간다"며 "시는 사업의 타당성과 운영계획을 더욱 투명하게 설명하고, 의회도 막연한 재검토가 아닌 구체적인 수정 방향과 처리 시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반다비체육센터와 어르신 교통비 지원은 여야의 정치적 대립 대상이 아니라 시민 삶과 직결된 민생 현안"이라며 "이제는 양측 모두 결자해지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재정 부담, 운영계획 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며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충분한 검증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 역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추계와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보완한 뒤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정순 시의회 의장은 용인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 부결 이후 이상일 시장실을 방문해 "의원들의 요구사항을 오는 9월에 어느 정도는 반영하는 조건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정체된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이 정상 추진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통합형 체육시설로 장애인의 체육권 보장과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시의회와 충분히 소통하며 보완책을 마련해 조속히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르신 교통비 지원사업도 고령화 시대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핵심 민생사업인 만큼 시의회 의견을 적극 반영해 보완한 뒤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송인호 기자 sih31@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