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 주방은 본래 요리와 식사, 대화가 한 공간에서 이어지던 생활의 중심이었다. 피네아는 이러한 전통적인 주방의 요소를 가져오되, 일률적인 선형 배치에서 벗어난 구성을 제안했다. 각 기능을 담당하는 요소가 공간 안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사용자는 그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준비하도록 했다. 벽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주방이 아니라, 요소 사이의 거리와 움직임이 설계의 일부가 되는 주방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독립형 구성 요소다. 기능별 요소를 하나의 긴 캐비닛으로 묶는 대신 각각의 존재감을 살리면, 주방은 가구를 배치하듯 구성하는 공간에 가까워진다. 이는 농가 주방이 지녀온 자유로운 사용 방식을 현대 주거 환경에 맞게 풀어낸 접근으로 읽힌다.
표면과 소재 역시 피네아의 중요한 탐구 주제였다. 당시 자료는 재료의 촉감과 가공 방식, 주방 전면을 구성하는 선형 패턴을 함께 다뤘다. 눈으로 보는 경험과 손으로 만지는 경험을 설계 안에서 연결한 것이었다. 매일 열고 닫고 만지는 주방에서는 표면의 질감이 곧 사용의 감각이 된다는 점에서, 소재에 대한 고민은 디자인의 완성도와 직결된다.
피네아는 톤첼리의 디자인 아카이브 가운데서도 사람과 음식, 공간의 관계를 면밀히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식재료를 꺼내고 다듬으며 식사를 준비하는 생활의 움직임이 가구의 배치와 표면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 2020년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주방이 기능을 넘어 관계와 일상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브랜드와 건축, 주거 경험이 맺는 관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비욘드포스트 박찬성 기자 bp_pcs@beyondpost.co.kr

























